[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 핵심 아니다." (장하준, 8월 21일 담쟁이포럼 초청 강연회)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자 출발이다." (문재인, 7월 10일 민평련 초청 간담회)
재벌개혁에 대한 의견이 정반대인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만났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 격인 담쟁이포럼(대표 한완상)은 21일 장 교수를 초청해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장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 아닌 시민권에 바탕한 보편적 복지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문 후보 측은 "오늘 강연은 문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다양하면서도 밀도 높은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과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그 재정으로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장 교수의 주장과, 재벌이 보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문 후보의 주장은 방법론적으로 차이가 다소 있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기본원리는 '1인 1표'의 민주적 원칙을 통해 '1원 1표'의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는 보편적 복지국가에 더해 자본시장 통제, 전반적인 노동권 강화와 (노조와 협동조합 등을 통한) 작은 경제주체들의 '민주적 담합' 등이 (핵심)요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경제민주화의 핵심처럼 이야기되는 (재벌 순환출자 금지 등을 요체로 하는) 재벌개혁은 '1원 1표'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자는 것이기에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자본가 집단 간의 권력배분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와 닿지도 않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앞다퉈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을 앞세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데 대해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문 후보는 강연회 축사를 통해 그동안 강조해온 공정거래 강화와 재벌개혁 등 자신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책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강연회에는 김용익ㆍ민홍철ㆍ장병완ㆍ최민희 국회의원과 학계ㆍ언론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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