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차 신인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동현은 특급 신인이었다. 192㎝의 큰 키에서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졌다. 출중한 실력 덕에 그는 입단 첫해부터 1군 무대에서 뛰었다. 33경기에서 105.2이닝을 소화하며 4승 6패 평균자책점 5.37을 기록했다. 계투조에 합류하며 성적은 더 좋아졌다. 이듬해 78경기에서 124.2이닝을 던지며 8승 3패 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남겼다. 단단해진 허리 덕에 LG는 그해 한국시리즈 진출했다.
당시 LG의 수장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하위권을 맴돌던 팀에 가장 먼저 가한 변화는 특급 계투조 구축.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복귀한 이상훈에게 마무리를 맡겼고 그 앞에 이동현, 장문석 등을 배치했다. 이들은 선발투수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동현과 장문석은 충분히 10승 이상을 챙길 능력을 갖췄다. 이상훈은 1995년 20승(5패)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뒷문 강화에 더 힘을 기울였다. 특급 계투조 없이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는 6차전 혈투 끝에 삼성에 패해 준우승을 거뒀다. 이후 이상훈과 장문석은 각각 SK와 KIA로 트레이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동현은 홀로 마운드에 남아 LG의 가을야구 재현에 앞장섰다. 바람과 달리 소속팀은 지난 9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현 선수단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한 건 이동현, 박용택, 이병규, 최동수, 유택현 정도다.
최근 야구 기사를 살펴보다 이동현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2002년의 느낌을 받는다”는 인터뷰였다. 세 차례 수술(인대접합 2번, 뼛조각제거 1번)을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의미였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LG는 최근 급격히 추락, 17일 현재 7위(41승3무53패)를 달린다. 4위 SK(50승2무46패)와의 격차는 8경기. 물론 야구는 9회말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다.
‘불펜의 핵’ 유원상이 지친 가운데 한국시리즈 유경험자인 이동현의 부활은 LG에게 단비와 같다. 단단한 허리로 축 쳐진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투수들의 구속은 떨어지기 마련. 수술을 세 차례나 받은 이동현은 다르다. 더위로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 구위 상승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직구 구속은 140km 후반을 유지한다. 볼 끝 역시 위력적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관계없이 LG 부활의 열쇠는 결국 이동현이 쥐고 있다. 10년 전과 필승 계투조의 면모도 흡사해졌다. 2002년 이동현-장문석-이상훈은 2012년 이동현-유원상-봉중근으로 바뀌었다. 개개인의 기량에서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동현이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것 역시 그대로다. 5회 이후의 리드를 지켜야하는 경기에서 그는 필승계투조의 출발이자 키포인트다. 실점을 최소화하고 바통을 넘겨야만 유원상과 봉중근도 무리 없이 임무를 소화할 수 있다. ‘Again 2002’는 그래야만 가능해진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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