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산하에 휘몰아치는 魂의 노래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노래하는 사람…張 思翼

산하에 휘몰아치는 魂의 노래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 그의 집은 북한산과 인왕산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다. 마당으로 가는 돌 틈사이 풀들이 제멋대로 솟아 있었다. 주인의 배려덕분이다. 파이프를 주워 모양을 내 솟대를 세웠다.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노래할 것이다. 문득 그가 썼던 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스쳐 지나는 역. 내리고 떠나며 어떤 이는 머물고…. 우리는 또 하나의 잎사귀.”그 잎들이 희끄무레한 암석에 그늘을 만드는 한여름 오후였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기자]
AD


장사익은 몸살 앓는 몸처럼 뜨거움으로 가득 찬 노래를 온몸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가없는 편린들이 그가 토해내는 소리 안에서 비망록처럼 원형(原形)으로 빛나고 마음을 뒤흔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멜로디를 따라가면 ‘내’삶과 함께 변주되는 노래를 만난다.

밖이 훤히 보이는 거실의 널찍한 창. 장사익(63)선생은 달짝지근하며 향이 그윽한 작설차(雀舌茶)를 권하며 “따뜻할 때 마시면 속이 시원해 질 것”이라 거푸 몇 잔을 쭉 들이키라 했다. 햇빛, 바람, 안개가 스스로 들어와 노닐다 심심하면 온다간다는 말없이 나갈 공간에 고담(枯淡)한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복사본이 키 낮은 병풍에 깔끔하게 가지런히 펼쳐져 있었다. 집 한 채와 고목(古木) 몇 그루 그리고 여백…. 그는 적적하기 그지없는 고요한 겨울풍경을 바라보며 농축된 먹빛 속에서 홀로이 소리의 군더더기를 비우는 시간을 어루만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여수 엑스포 공연 후 음악은 하지 않고 생각만 합니다. 잠자고 노는 것이 일인데 이런 더위엔 자연도 사람도 좀 쉬어야 하지요”라며 “노래는 본질적으로 기꺼이 내놓는 것입니다. 사랑을 교감하고 슬픔을 나누고 신뢰를 깊게 하는 것은 노래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래간만에 7집 ‘역(驛)'을 발표했다.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보면 덩달아 뿌리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중략) 세상은 다시 역일 뿐이다’라는 김승기 시에 선율을 얹어 표제로 삼았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이 고향입니다. 아버지는 엄격하시고 흥도 있으셨던 분이셨지요. 제가 장성(長成)을 해서도 집으로 갈 때면 늘 기차역에서 저를 기다리셨죠. 참 애틋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월지난 어느 날 고향에 기차를 타고 갔더니, 바람만이 와락 가슴으로 밀려왔지요.”라고 회상했다.


산하에 휘몰아치는 魂의 노래

노래의 큰 울림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관객은 하나를 전하면 하나를, 일백이면 일백으로 듣습니다. 가령 3000명 관객이 하나 되지 않으면 그 수(數)만큼 부서집니다. 그러나 저는 엄마가 치성(致誠)을 다해 기원하듯 죽을 힘 다해 정성스럽게 부릅니다. 제 마음과 똑같이, 이심전심이 통할 때 관객은 하나로 호응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래인생 18년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중년의 삶에서 노래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희망은 현실적으로 가느다란 끈을 잡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 꽃이 쫙 피듯 노래의 세계가 열렸다라고 말합니다. 봄엔 남들 다 꽃필 때 겨우 싹만 나오고, 폭염과 장마와 태풍을 온 몸으로 감당하며 혹독한 시간을 거친 후 만추(晩秋)의 끝에 피어나는 한 송이 국화꽃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 인생은 처음부터 음악이라는 탯줄을 잡고 살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사익은…
‘뜻’으로 부르는 生의 깊은 울림

산하에 휘몰아치는 魂의 노래

“마흔 다섯에 인생의 낮과 밤이 갈려졌다. 노래를 하지 않았던 인생과 노래를 한 인생이 딱 나눠진 것이다”라고 비유했다.
“젊은 시절 객지에서 생업을 유지하는데 힘이 들었다. 나는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돌아보면 그 고단함은 노래를 향한 간절한 희망의 에너지가 되었고 내면 깊숙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던 소중한 시간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4년 첫 소리판 공연을 열어 데뷔했다. 그리고 1995년 1집 ‘하늘 가는 길’이후 올봄에 7집 ‘역(驛)’음반을 냈다.
“나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무대에 섰다. 물론 이전에도 우리 소리도 배우고 나름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년에 마치 그렇게 가야하는 길 인양 필연처럼 노래를 잡았다. 그리고 불렀고 행복했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제야 노래 인생이 동트기 시작했었다”라고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굽이굽이 흐르는 노래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감동을 나누는 지금이 즐겁다”고 했다. 어쩌면 가슴깊이 삭혀온 삶의 애환을 심혈을 기울여 들려줌으로써 관객은 가까이에서 ‘나’에게, ‘나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그에게 매료되는지도 모른다.


그는 유행이라는 시류에 편승하기보다 뜻으로 부른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는 그의 철학은 이정표 없는 봉우리를 넘어가는 생의 걸음걸음에 깊은 성찰의 곡조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