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마케팅
“하하하하 호호호호 ㅋㅋㅋㅋ”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개그맨들의 눈물 쏙 빠지게 하는 개그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광고에서도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업들도 ‘웃음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최근 TV광고를 보면서 자주 하는 액션은 바로 ‘웃음’ 아닐까 싶다. 개그맨 김준현, 최효종, 허경환 등 요즘 뜬다는 개그맨들이 CF모델로 나서 그들의 유행 개그와 특유의 익살맞음으로 기업의 제품을 친근하게 홍보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네가지팀의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김기열은 LG유플러스의 LTE 경쟁 차별 우위 메시지를 담아 TV 광고에 나선 바 있다. 개콘에서 나오는 개그를 소재로 한 광고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즉각적인 웃음을 끌어내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부담 없이 어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경에서 출시한 초고농축 세제 ‘리큐’ 역시 광고 모델로 유재석과 그의 닮은꼴 개그맨 정범균을 내세워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스파크’ 미니 2배 농축 광고 모델로는 김병만이 출연한 바 있다. 광고에 개그맨을 내세워 자사의 제품을 단시간에 확실하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카콜라 ‘조지아’ 커피의 광고는 ‘웃음’ 코드를 도입해 직장인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친근한 이미지의 배우 차태현을 모델로 발탁해 코믹 연기 면모를 보여준 것도 큰 역할을 했다. CF 속 차태현은 썰렁한 농담을 하는 상사에게 과장된 웃음으로 기분을 맞춰주며,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왜 웃음 마케팅인가
웃음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수많은 광고의 홍수와 매체의 다변화 속에서 광고가 고객들의 기억 속에 남기란 매우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광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유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측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음이 나오는 상황을 보면 대부분 사람의 공감을 얻었을 때”라며 “기업들은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웃음’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웃음이라는 것이 고객에게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애경 측은 최근 광고나 마케팅에 개그맨이나 웃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로 15초 분량의 짧은 광고에서 안정된 연기와 뛰어난 순발력으로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몸값이 비싼 톱스타가 아닌 친근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개그맨이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줌에 따라, 많은 기업이 자신만의 유쾌한 이미지를 구축한 개그맨들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불황에 따라 웃음 코드가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업계의 개그맨 모델 선호 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카콜라 측 역시 웃음을 매개로 한 광고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는 물론, 무엇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
웃음 유발 CF, 매출효과 있을까
대부분의 기업은 웃음을 소재로 한 마케팅이 매출 성장에 확실한 효과를 줬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호감도 혹은 친근함을 이끌어내는 도구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저관여 상품의 웃음을 이용한 광고나 마케팅은 매출 성장에 충분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 같은 고관여 상품보다는 최근 유머 광고를 잘 만들고 있는 ‘핫식스’ 같은 경우가 매출 성장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고관여 상품인 통신의 유머 소구 광고는 저관여 상품처럼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매출을 위한 광고라기보다, 구매 고려율을 높여 통신사 선택 시점에서 자사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광고를 집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구매 고려를 높이는 방법은 자사가 가지고 있는 경쟁사 대비 차별성의 전달이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것으로 유머 소구는 이러한 지표들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반기 LG유플러스가 집행한 유머 소구 광고들은 높은 광고 호감도를 이끌어냈고 이는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지아커피’의 경우, 직장인이 직장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유머’ 코드에 도입해 소비자들과의 유머 공감대를 형성, 한국에 출시된 지 3년여의 기간 동안 매해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광고 스토리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했고, 이 또한 매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측은 “바쁜 일상생활 속에 스트레스를 받는 소비자들에게 잠깐이라도 ‘웃음’으로 휴식을 제공하고, 현실을 벗어나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리큐’의 광고 모델로 유재석을 내세운 애경은 매출과 관련, “웃음 코드의 활용을 매출 성장과 연결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며 “다만 ‘리큐’ 2배 진한겔과 ‘스파크’ 미니 2배 농축의 경우, 마트에서 실제로 유재석 세제, 김병만 세제로 팔리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친숙도 측면이나 출시 이후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이현종 HS애드 CCO(최고 광고 책임자)
“솔직한 ‘웃음’ 마케팅이 진정성 어필”
최근 광고의 트렌드는
손바닥 안에 쥐게 된 엄청난 정보의 홍수로 인해, 역설적으로 현시대의 대중들은 다시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 엄청난 불편함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일반인들이 광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가운데 하나는 광고가 과장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최근 광고에서는 진정성을 많이 어필된다. 과장되지 않은 진실 그대로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려고 하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솔직함이 배어있는 ‘웃음’을 소재로 한 광고 역시 진정성에 기반 한다.
웃음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사실 유머와 인간애, 성(性)은 소비자들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예로부터 서구와 동양 모두에서 광고인들이 즐겨 쓰는 주 무기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CEO나 유명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에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도 역시 유머다. 웃음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더욱 세련돼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웃음 마케팅은 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서로 공감하고 퍼 나르는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즐거움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최근 CF 모델로 개그맨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타깃별로 서로 다른 웃음 코드들이 있기 때문에, 유머광고의 증대보다 웃음의 취향, 웃음의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보다 유연한 젊은 층들에 소구하는 유머광고의 경우 젊은 층들이 무엇을 보고 웃는가가 중요하다. 개그콘서트라는 웃음 공장이 있고, 지명도가 높은 웃음 코드가 있다면 그들을 활용하는 것은 젊은 층에 다가서기 위한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젊은 층에 친근한 이미지의 개그맨이 광고모델로 등장할 경우 광고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익숙하고 재밌는 광고 코너를 패러디함으로써 광고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제품 서비스의 강점을 보다 저비용으로 쉽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웃음’을 소재로 한 광고가 매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새해 소망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광고를 통해서라도 웃을 일이 많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 아닐까. 이에 웃음 마케팅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현시대의 일반 대중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웃음마케팅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는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캠페인보다 단발적인 타이밍 광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