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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특징
①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고 3년 만에 고향에 내려온 석봉-주봉 형제가 장례를 치르는 2박 3일간의 소동을 그린 창작 뮤지컬로 전통과 현대, 지방과 서울, 부모와 자식 등 다양한 층위의 충돌과 화합을 그렸다.
② 2008년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김도현, 김재범, 조강현, B1A4의 산들 등이 참여한 다섯 번째 시즌이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10월 1일까지 계속된다.
전통장례 절차를 배워봅시다: 초혼(招魂)
지붕 위에 올라가 망자의 저고리를 흔들며 떠나는 이의 영혼을 기리는 의식으로, 뮤지컬은 춘배의 초혼으로부터 시작된다. 상을 치르는 2박 3일이 무대에 펼쳐지는 만큼 초혼, 사잣밥, 북망산, 입관, 천구(遷柩·관을 방에서 가지고 나와 상여로 옮기는 일), 상여, 승천 등 장례와 관련된 단어나 소품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곡하는 소리는 뮤지컬 넘버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장소영 작곡가는 전국의 상엿소리를 다 채집해 들어보고 그 중 대구 상엿소리를 차용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저승과 이승이 만나는 상가는 현실과 꿈이 교묘하게 뒤섞이는 공간이기도 해 형제는 수시로 자신을 이끄는 부모의 꿈을 꾸고, 어딘지 나른한 묘령의 여인 ‘오로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해주겠다며 매일 밤 축시(새벽 1~3시)에 그들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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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이야기해봅시다: 경북 안동
<형제는 용감했다> 속 종갓집은 가부장적 가치와 실리가 교차 충돌하고,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시작되는 장소다. 9대 이상의 위패를 모신 종갓집의 80%가 경상도, 그 중 80%가 안동이라 하니 석봉과 주봉의 고향이 안동임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뮤지컬은 외할아버지가 실제 종손이었고, 시댁이 안동인 연출가 장유정의 경험이 스며든 작품이기도 하다. 안동 이씨 11대 종손 춘배는 살아생전 한복차림에 가는 곳마다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곰방대로 담배를 태우며 꼬장꼬장한 삶을 살았다. “아들만 낳고 잘 살아라”는 시어머니의 호통 속에 전라도에서 시집 온 순례 역시 한 번에 제기 33벌이 쓰이는 제사를 1년에 스무 번 지내고, “문어도 별로고 상어도 별로”라는 유림들의 불평에도 말 한마디 없이 종부로서의 삶을 묵묵히 살아낸다. 종갓집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바위가 되어 가족을 짓누르고, 자식들은 하루바삐 고향을 벗어나려 애쓴다. 솟을대문, 대청마루, 대나무 울타리, 장독대, 우물 등 한옥을 연상시키는 세트는 안동의 색을 더욱 짙게 드리우고, 올해는 안동 사투리의 비중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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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말을 찾아봅시다: 노도(努道)
노력할 노(努)에 길 도(道), 형제가 화해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 노도는 ‘로또’를 이르는 말로도, 춘배의 유언장으로도 쓰인다. 장손의 무게에서 도망치려 했던 주봉은 우유부단하고 줏대 없는 성격으로 그려지고, 늘 장남에게 밀려 외롭게 자란 차남 석봉은 까칠한 반골 기질을 보인다. 서른 여섯, 서른 하나 두 남자는 상갓집에서조차 부의금과 ‘오로라’를 두고 여전히 유치한 싸움을 이어가고, 둘은 아버지의 로또 당첨 소식을 듣고 로또를 찾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아버지의 결심을 알게 된 후 비로소 서로를 마주본다. 올해는 좀 더 철없고 책임감 없는 인물로 캐릭터를 설정해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서로 닮지 않았다고 우기는 중이라고. 초연 당시 송용진이 석봉을, 2009년에 정준하가 주봉 역을 맡았으며, 그 이듬해 샤이니의 온유가 석봉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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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배워봅시다: ‘축시춘배Ⅱ’
<형제는 용감했다>가 고리타분한 전통의 고수로만 느껴지지 않는데는 적재적소에 담긴 해학과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 ‘곡소리’를 이용해 전통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음악은 랩과 보사노바, 발라드 등으로 가요작법에 더 가깝다. 가장 큰 어르신인 이 옹이 90도에 가깝게 꺾어진 허리를 세우며 부르는 ‘축시춘배Ⅱ’는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넘버다. 빠른 비트 위에서 유림들은 춤을 추고, “you are my 범생이” 같은 가사와 속사포 랩으로 흥을 돋운다. 형제가 부르는 ‘난 네가 싫었어’ 역시 귀에 익숙한 <공포의 외인구단> 음악을 비틀며 반전의 즐거움을 준다. 입에 착착 감기는 “주 주 죽일 놈 주봉이, 써 써 썩을 놈 석봉이” 같은 가사나 “잊혀질 이름만 두고 어디를 가나”, “혼자서 빈집을 지키셨겠지 우리가 많이 원망스러웠겠지” 같은 가사는 음악만으로도 감정의 기승전결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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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학습: KBS <개그콘서트> ‘아빠와 아들’
‘아빠와 아들’은 <형제는 용감했다>의 정반대에 위치해있다. 모든 일을 아들과 함께 하고, 매번 “밥 먹으러 가자”며 아들을 이끄는 아빠는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관계는 소원해지기 마련이고, 이는 부모와 자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장유정 연출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에는 “아버지라는 이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외롭고 측은한 남자들이 늘 등장한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던 아이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제 아버지의 시름을 느끼며 아버지가 된다. 결국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인 셈이다. 사실 이 뮤지컬에 거창한 주제는 없다. 하지만 ‘그저 부모님이나 형제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자’는 다짐은 오히려 가장 쉬워서 혹은 가장 뻔해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PMC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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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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