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투자ㆍ소비ㆍ생산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정부 각 부서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통계를 보면 우리 경제가 전 방위적 난국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면서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수출은 44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8% 줄어들었다. 2009년 10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에 따라 올 1~7월의 누적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줄어든 3198억달러에 머물렀다. 7월 중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27억달러로 직전 달의 50억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2.9%와 1.4%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올 들어 2분기까지는 전년 같은 때보다 1%를 약간 웃도는 미미한 증가세나마 유지했지만, 최근의 산매 판매실적 부진을 고려하면 3분기에는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6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산업 현장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한은의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올 들어 6월까지 월별로 80~86에서 오르내리더니 7월에 71로 곤두박질했다. 이는 1~2분기에 비해 3분기에 경기침체가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은이 63개 금융기관의 위기관리 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년 안에 금융권에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 비율이 53%로 '낮다'는 비율 12%를 크게 웃돌았다.
경제 현실은 급박한데 신뢰감 있는 정책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대통령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경기대응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화급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기존 정책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 하는 포괄적 슬로건이나 '경제민주화'와 같은 구조적ㆍ제도적 쟁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위태로운 경제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불과 반년 뒤면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대권주자라면 현 경제난국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견과 소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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