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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10인 배심원 선정 '샅바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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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유리한 배심원 선정 내심 기대...삼성, 핵심 증인 확보 성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친구나 가족 중에 애플이나 삼성전자 직원이 있습니까?" "신문이나 책에서 이 소송과 관련해 읽거나 들은 게 있습니까?" "어떤 제품의 태블릿과 휴대폰을 쓰고 있습니까?"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5층 법정.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애플 특허 소송에 참여한 74명의 배심원 후보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특허 침해 논란으로 빚어진 양측의 본안소송 첫날 심리가 시작되면서 재판에 참여할 배심원 10명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측 변호인도 배심원단 후보의 답변을 예의주시했다. 법정 안은 어느 편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가려내려는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했습니까" "양측과 관련된 다른 사업과 이해관계가 있습니까" "양측과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까"와 같은 우회적인 질문부터 "솔직히 마음 속으로 이겼으면 하는 상대방이 있습니까"와 같은 직접적인 질문도 서슴치 않았다.


배심원 선정 초반에는 삼성전자가 우려했던대로 친애플 성향의 발언도 나왔다. "애플에 호의적인 수천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공정해지겠다" "사실 애플 프랜들리하다" "솔직히 강한 편견이 있다" 등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법원은 술렁였다. 이 발언을 한 후보들은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 대부분 배심원에서 탈락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측 변호인도 배심원 후보를 상대로 질문을 던졌다. 질문 시간은 20분. 배심원 선정이 판결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양측의 신경전은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이날 최종 선정된 배심원은 여자 3명, 남자 7명으로 구성됐다. 10명의 배심원단은 앞으로 4주간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마다 열리는 공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장을 듣고 평결을 내린다. 예외적으로 8월13일~8월17일까지는 매일 공판이 열린다. 배심원 선정이 늦어지면서 양사의 모두 변론은 다음날로 연기됐다.


이날 심리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재판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증인을 확보하는 성과도 얻었다. 아이폰이 소니의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증언을 할 애플의 전 직원 '신 니시보리'를 증언대에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이 오히려 소니 디자인을 차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니시보리는 당시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산업 디자이너로서 소니 디자인 차용 여부를 증언해줄 인물이라고 삼성전자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시보리의 최근 행보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는 삼성전자가 증인 신청을 하자 본안 소송을 앞두고 한달 전 돌연 퇴사했다. 29일에는 법원에 서한을 보내 "재판에 출석할 용의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첫날 심리에서 니시보리를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세울 수 있도록 협의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결정적인 증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니시보리는 일본 기후현 출신으로 무사시노 미술 대학 공예 공업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9년부터 1998년까지 마츠시타 전기산업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근무했고 2002년부터 10년간 애플에 몸담아 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두 변론을 포함해 재판을 유리한 조건으로 끌고 가기 위해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 삼성전자측 변호인은 "애플이 모두 변론에서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측 변호인은 "삼성전자가 모두 변론에서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활용하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신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내용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사실상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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