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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희망은 증시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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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희망은 증시의 미래다 박성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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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으로 온 몸을 움츠린다. 트라우마처럼 외환위기의 무섬증이 되살아나 도피처를 찾기에 바쁘다. '


요즘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심리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일반화의 오류는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비록,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거래대금 이 중에는 개인들의 매수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지금 증시는 거래빈곤의 시대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중 자금은 은행 장기예금과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안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경제는 돈의 흐름으로 체력을 회복하는데, 채권과 금고에 쌓인 돈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이 난국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기침체, 실업률 상승,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 등 먹먹한 가슴을 한껏 짓누르는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용어와 전망일까. 물론, 최악의 대공황을 염두에 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다. 합리적 수준 이상의 냉철함을 가장한 비관론적 현실인식은 투자와 소비를 급랭시킨다. 경제 사이클은 한번 공포선상에 진입시키면 바닥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난무하는 공포는 '사나운 개'다. 집을 지키겠다는 자기 임무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쫓아내는 격이다. 바로 '구맹주산'(狗猛酒酸)이다. 술과 안주 맛이 뛰어난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주막에 손님이 들지 못하는 이유가 문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개 때문이란 뜻이다. 앞뒤 안 가리고 물어뜯을 것 같은 공포스런 개는 증권업계 내부에도 정치에도 모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최근 만난 증권사 사장(CEO)들은 스스로 자신의 임기 내 경제의 부활을 논하기 주저한다. 짧게는 2년, 길면 4년 정도 침체기를 내다본다고 했다. 이 정도면 임기 내 경영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생존'이다. CEO가 생존을 본격 논하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회사에서 잘린 후 일자리 찾기'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증권 유관기관들도 비용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투자자들에게 한국증시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도 모자란 판국인데 스스로 '우리도 어찌될 지 모른다'는 시그널로 불안감을 부추긴다.


그러나 역사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만 흐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강물흐름을 바꾼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대공황 중이었던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단 한 가지는 오직 '두려움' 그 자체"라고 외쳤다. 과감하고 즉각적이고 비전통적인 방식을 써서라도 대공황을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다. 희망의 메시지였고 국민은 믿었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주식시장에는 공포를 떨쳐내고 희망을 노래하자는 목소리가 없다. 5개월 정도 대선을 앞둔 정치도 언뜻 희망을 향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현재 남은 경제자산의 배분을 통한 표심 낚시질에 여념이 없다. 수수료를 낮추고 새로운 거래세를 도입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거짓 희망은 나중에 공포에 살기(殺氣)를 얹게 될 만큼 위험천만하다.


몰락의 전조가 도는 세계 경제에서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경쟁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산업개발시대와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금융위기를 견뎌낸 경험적 지혜와 선구안을 바탕으로, 속칭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다.


낙관론자는 추앙받기 쉽지 않다. 예측이 틀렸을 때 비관론자는 입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낙관론자는 자리보존이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2012년 7월, 용감한 낙관론자가 더욱 절실하다.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면 증시의 미래는 없다.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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