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사람들은 얼마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스스로 부유하다고 여길까?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이 질문과 관련해 오랫동안 여러 종류의 연구가 있었지만, 각 연구가 이끌어낸 결론은 대동소이하게 '사람들은 현재 보유재산 또는 수입이 두 배로 늘어나야 부유해졌다고 느낀다'고 소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자산 보유 및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이 이와 유사하게 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1000만달러(약 113억8000)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적어도 2000만달러를 보유해야 부자가 됐다고 느낀다. 연간 수입이 4만달러라면 이것이 8만달러로 늘어야 "나는 부자"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체 피델리티가 19일 발표한 조사결과 역시 CNBC의 보도와 맥락을 같이했다. 피델리티는 미 백만장자 1000여명에게 "돈이 얼마나 더 늘어야 부자가 됐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그 결과 조사대상들 가운데 74%는 이미 자기를 부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 부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당장 어디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500만달러쯤 돼야 부유해졌다고 느낄 것 같다고 밝혔다. 백만장자들의 평균 자산이 3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로 재산이 늘어야 스스로 부유해졌다고 느낀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얼추 맞는 셈이다.
백만장자들과 관련해 피델리티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여럿 밝혀졌다. 일례로 오늘날 백만장자들의 86%는 자기 재산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자수성가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자수성가형 백만장자로 자처한 이들은 상속형 백만장자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좀더 안전하다고 여긴다. 게다가 자수형가형의 경우 주식 투자 성향이 강한 한편 상속형은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수성가형의 경우 투자와 보유 자산 가치 상승, 급여, 스톡옵션 등으로 재산이 늘었다고 밝혔다. 한편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다고 밝힌 이들은 부동산 및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기업의 가치 상승을 자기가 지닌 부의 주된 원천으로 꼽았다.
백만장자의 35%는 현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31%는 낙관적으로 봤다. 나머지는 중립으로 현 경제상황에 대해 상이한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만장자들은 조만간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하는 백만장자들의 경우 유망한 자산으로 주식을 꼽은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현금성 상품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대조적이었다.
피델리티의 마이클 더블린 회장은 "금융시장의 중요한 가늠쇠 가운데 하나가 백만장자들의 생각과 행동"이라며 "백만장자들이 주식을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본다는 것은 지금이 주식시장에 뛰어들 호기임을 말해준다"고 한마디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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