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퇴직금을 일시금 대신 연금 형태로 받는 게 유리하도록 소득세제를 손질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퇴직금을 한 번에 받을 때보다 연금으로 받을 때 소득세를 더 많이 물게 돼있어 목돈을 받았다 파산하는 은퇴자들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진수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조세연구원 주최 '연금소득세제 개편방안 공청회'를 통해 "공적연금의 역할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금소득에 대한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물고, 한 번에 받으면 퇴직소득으로 과세된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5%가 원천징수되며 다른 소득과 합산한 총 연금액이 6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문다. 소득 1200만원까지는 6%, 1200만원 초과부터 4600만원 이하의 경우 1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퇴직금은 전액 분리과세 혜택을 받아 세금만 놓고 보면 한 번에 받는 게 유리하다.
특히 근속연수가 길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연금소득에 과세되는 세금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무거워 퇴직금 규모가 큰 계층일수록 연금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연금소득이 퇴직소득에 비해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으므로 연금소득 세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600만원 이하'로 돼있는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도 높이자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금수령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노령층이고 그들의 납세협력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인 600만원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퇴직자들의 세부담을 줄이고, 종합소득세 신고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분리과세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연금저축납입액과 통합해 연간 400만원까지 공제되는 연금소득 공제 한도도 높이자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전 개인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24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저축과 합산한 400만원의 소득공제 한도는 높지 않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당초 적립금 규모가 163억원에 불과했지만 도입 8년만인 올해 4월 52조 1145억원까지 급증했다. 가입자 수는 369만8786명에 이른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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