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갤럭시S3의 출시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삼성은 그동안 스크린 사이즈, 해상도, 카메라 성능 등 하드웨어적 우수성을 애플과의 차별점으로 뒀다. 그에 반해 갤럭시S3는 음성인식과 사용자인식 등 스마트 기능을 강조했다.
즉, 하드웨어적인 우월성을 넘어서 처음으로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을 앞세운 것이다. 이는 앞으로 LG, 팬택 등 국내 업체들도 같은 방향으로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신호이기에, 미래에 IT 상품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 강조해왔던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대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애플 아이폰의 성공은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이라 여긴다. 물론 필자도 그 점에선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단순히 소프트웨어의 우수성만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애플 아이폰보다 먼저 세상에 선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윈도 기반의 휴대폰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실질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장에서 애플 iOS보다 월등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기능 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누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는가에 있다고 본다. 2005년경부터 나왔던 윈도 기반 휴대폰들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서 쓰이던 사용자 환경을 그대로 휴대폰에 이식하려고 했었다. 기존 휴대폰과는 달리 컴퓨터 키보드와 같은 자판을 넣은 휴대폰이 많았다.
다시 말해, 사용자 대상을 컴퓨터를 많이 쓰는 전문직들로 삼아 훨씬 많은 일반 사용자 층을 보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 방문 시, 혁신적 기술 개발에도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 질문했을 때도 기기의 사용자를 일반인이 아닌 사무직 종사자(컴퓨터에 익숙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므로 윈도폰은 컴퓨터에 전화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으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전문가들만이 쓰는 휴대폰으로 인식돼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고 최근들어 '윈도8'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반해 애플은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했다. 일반 사용자에게 익숙한 휴대전화기에 컴퓨팅 기능을 넣음으로써 기능 중심 설계의 기존 휴대폰 사용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여 컴퓨터 사용이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사용자들에게도 브라우저가 아닌, 기능 중심의 앱을 통해 컴퓨터 세상에 쉽게 접근하게 만들었다. 또한, 휴대용 전화기기에 컴퓨팅 기능을 넣은 아이폰이 진정한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을 가져왔고, 그 결과 윈도폰 보다 더 넓은 범용성을 갖게 됐다.
아이폰의 예시는, 기술 혁신은 기술 자체의 우월성에만 있는 것이 아닌 기술을 사용자를 중심으로 둘 때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줬다. 21세기 새로운 화두로 인문과 기술의 융합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일찍이 판도라는 제우스의 명령으로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진흙으로 빚어졌지만 텅 빈 진흙 속에 아테나와 헤라,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신들의 선물이 생명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진정한 인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기술만 강조한다면 판도라는 생명없는 조각품에 지나지 않았을 터이다. 사람 중심의 기술 개발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판도라의 진흙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은 행위를,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한 기술 발전으로 이해하는 것이 인문과 기술 융합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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