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계열사끼리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3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첫 제재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로써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을 선포한 셈이다.
SK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는 SK텔레콤을 비롯한 7개 계열사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계열사 SK C&C와 시스템 관리나 유지보수 관련 계약을 맺으면서 인건비를 현저히 높게 책정하는 등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SK C&C는 총수 일가 지분이 55%에 이르는데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한 회사라는 점에서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모든 대기업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마침 재벌문제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계약에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건수로 85%, 금액으로는 87%에 이른다. 경쟁입찰과 달리 수의계약은 일감 몰아주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사업기회를 박탈하므로 불공정한 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방해하는 반시장적 행위다. 게다가 총수 개인이나 그 일가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될 수 있고, 그룹 지배권 세습과 비자금 조성에 악용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근절돼야 하고, 공정위는 감시와 처벌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조치에 대한 SK그룹의 항변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SK그룹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인건비 차별 책정은 정부가 제시한 고시단가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고, 표적조사에 당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의 단속과 처벌에 관한 법적 기준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물론 표적조사 시비는 공정위가 모든 대기업집단에 대해 공정거래법 집행을 불편부당하게 엄정히 집행하기만 한다면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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