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여성전용임대주택이 관계기관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파출소 위에 여성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어 범죄를 예방하고 임대수요도 해결하려 했지만 지구대 건립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경찰청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여성전용임대주택으로 불리는 '여성안심주택'은 지난 5월 서울시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계획안을 발표하며 내놓은 다양한 공급원 중 하나다. 당시 범죄에 취약한 독신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구로구 천왕 도시개발지구내 공공청사부지를 활용, 경찰지구대 위에 '여성안심주택'을 건설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유지상 기존 노후 저밀 파출소를 여성전용 임대주택과 복합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서울경찰청과의 협의를 통해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구로구 천왕동 27일대에 위치한 1140㎡ 규모의 사업지는 당초 소방서, 우체국 등 공공시설이 들어설 공공청사2부지다. 구로경찰서는 총 2개 필지 중 1개 필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문서 등 공식적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부지매입비용 10억원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가 '여성안심주택'이라는 새로운 임대모델을 내놓으며 갈등이 시작됐다. 지구대만을 지으려고 계획한 서울경찰청의 입장과 지구대 위에 원룸을 얹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서울청은 향후 해당 원룸의 관리가 지구대 소속으로 넘어가는 만큼 부지를 무상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비 등 초기 사업비에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관리 비용이 더 소요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청 관계자는 "서울시나 SH공사 등에서 공사를 진행하면 투명해지고 신뢰도 역시 높아지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구대 위에 원룸이 들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원룸 건립으로 인한 공유지분이 추가되면 면적대비 토지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공사기간이나 예산 등에서 절감 효과를 누리게 돼 결국 양측 모두 이득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대를 짓기 위해 민간에 건축설계를 주는 과정에서부터 예산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동선상으로는 지구대와 분리할 예정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관리문제도 쉽게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측간 이해관계 외에 수요층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분석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지구대에 위에 여성을 위한 원룸을 지을 경우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만 젊은층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들 수요를 만족할 만한 '파출소 위 원룸'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SH공사는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 내년도 착공을 목표로 서울청과의 협의를 꾸준히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여성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새로운 주택모델 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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