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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은의 '소통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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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직원사찰 논란에 휩싸인 한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국은행 법규실이 내부 게시판에 게재된 직원들의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법률사무소에 문의한 사건을 두고 한은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은이 운영하는 익명게시판(발전참여방)에 한 직원이 인사결과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이것이 직원들간의 논쟁으로 번지면서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한 직원이 게시판의 글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법규실에 문의했다. 법규실은 이를 바탕으로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IP주소를 추적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수 있는지를 대형 로펌 두 곳에 질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은 노조가 법규실의 행동을 '직원 사찰'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법규실은 "그게 어떻게 사찰이냐"고 발끈했고, 노조는 "왜 사찰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일련의 과정을 차분하게 짚어보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사건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한은 내부의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기자는 본다.


법규실이 '단순한 법률질의'라고 해명했음에도 노조는 총재에 대한 비방글을 작성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과잉충성'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이제 익명게시판에 제대로 글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수군거린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법규실이 법률문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노조의 반응은 분명 '오버'다. 그러나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이를 색출하려고 하는 한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익명 게시판에 실린 글이 불편하다면 처음부터 익명 게시판을 개설하지 않으면 된다. 불편한 글을 쓴 사람을 찾아내겠다는 움직임은 치졸하다. 2008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사건'의 한은 버전이라도 되는 것인가.


댓글 작성자를 색출하기에 앞서 왜 그런 글이 올라왔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일류 조직의 대응이다. 일류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 자부하는 한은이 내부 소통에선 3류 수준을 벗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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