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른 명 남자들의 얼굴이 보인다. 잠재적인 신랑감으로 여길 만한 남자들의 초상화다. 방배동 김모군, 수원에 사는 최모군, 부산 조모군, 뉴욕에 사는 제임스 등 작가 주변의 남자들이 실제 모델이 됐다.
이제 막 서른이 된 조장은 작가(여)는 다섯 번째 개인전을 통해 '30대 미혼여성, 결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자, 서른-아무도 내게 청혼하지 않았다'가 전시제목이다.
작가는 미혼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에 대해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을 담아 생활일기 같은 작업을 선보인다. 조 작가는 "보편적인 결혼 적령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자, 서른'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찾아가는 작업을 시도하려한다"고 설명했다.
남자 초상 30점 속 인물들은 각자마다 개성이 넘친다. 그러나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는 굉장히 일정하다.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 '신랑감'이라는 똑같은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까닭이다. 조만간 결혼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미래 신랑감들을 따져본들 그 중 아무도 '청혼하지 않았다'.
또 다른 작품인 '이번엔 잡고 말테다'란 제목의 그림은 주말마다 친구들의 결혼식으로 바쁜 미혼 30대를 묘사하고 있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사랑을 하고 결혼도 쉽게 하는 것 같다.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팅도 한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남자도, 내게 청혼하는 남자도 없다. 작가의 말처럼 "결혼은 대학입시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여자나이 서른에 접어들면 결혼에 대한 걱정이나 강요가 서서히 시작된다. 평생 사랑하며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사람을 서른 전에 만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매우 불편한 압박이다.
이미 서른을 넘긴 후라면 커지는 압박에 대한 내색조차 쉽지 않다. '애인 있어요? 결혼 안하세요?'라는 정중한 질문도 질책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으로부터 듣는 말은 핀잔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혼자인들 어떠랴. 작가의 말처럼 "괜찮다" 전시장 말미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과 일상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는 자화상을 통해 30대 여성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조 작가는 "앞으로 함께 나누고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꼭 지금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내가 나를 사랑하고 좀 더 멋진 여성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내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번 전시의 끝에서는 '혼자인 30대 여성이여 당당하라'는 메시지가 느껴질 것이다. 꿈을 향해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유로운 30대를 충분히 만끽하자. 남의 눈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가 있는 자리, 만나는 사람들, 삶의 행로에서 기쁜 일들을 마주해본다면, 결혼의 압박은 큰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갤리리토스트에서 오는 6∼29일까지 열린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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