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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입법 '천태만상'…베껴쓰기 경쟁에 저작권 다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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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일을 해도 갈수록 쌓여만 가네요"


의원 입법의 지원 역할을 하는 국회 입법조사관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도 밀려만 가는 자료제출 요구에 한숨을 내뱉었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직후 국회사무처 법제실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비상이 걸렸다. 의원실로부터 입법자료 수집과 법안 검토 요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력을 모두 가동해 밤낮으로 자료를 만들고 있지만 2일 현재 법제실에 밀려있는 법안이 1000여 개에 달한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임기가 한 달 된 19대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가 큰 폭 증가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법안을 분석한 결과 19대 의원 입법안은 18대 국회보다 6배로 증가했지만, 상당수 법안이 '재탕·부실 법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19대 국회 첫 달, 법안 발의 늘었지만 66%가 '재탕')


의원 입법 '천태만상'…베껴쓰기 경쟁에 저작권 다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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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입법 난무=19대 국회의 의원입법이 급증한 가운데 '보여주기식' 입법도 난무하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19대 의원 입법안을 자체 분석한 결과 3건 중 2건은 18대 때 발의했던 법안의 내용을 그대로 제출했다. 한 의원은 자신이 제출했다가 자동폐기된 법안 14건을 또 다시 발의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오제세 민주통합당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 중 민생과 복지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법안을 검토해 다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민생 법안을 다시 제출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스포츠 중계 비율을 높이는 방송법 개정안이나 어버이날·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법 개정안 등 단순입법 41건 중 35건이 18대 때 발의됐던 법안이다. 18대 때 상정됐다가 부결된 도시철도법이나 지방공기업법도 다시 등장했다.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법안은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 법안을 제외한 175건 중 49건에 불과했다. 법안 제정이나 개정으로 인해 비용이 발생할 때는 얼마가 필요한지 비용추계서를 첨부해야만 한다. 나머지 126건의 법안은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했다. 미첨부 법안 중 상당수는 의안의 비용추계 등에 관한 규칙 제3조에서 규정한 예외조항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심도있는 분석과 자료 조사로 보완할 수 있는 법이 많아 보였다.


◆입법경쟁 과열 양상=입법 경쟁이 과열되면서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건 제출되기도 했다.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한달새 3건이나 발의했다. 군 복무 기간 중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하는 법안도 3건 등장했다. 발의된 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건수 올리기'식 입법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된다 하더라도 하나의 법안으로 합쳐져 '대안폐기'될 운명이다.


다른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그대로 베껴와 저작권을 놓고 의원실간 마찰도 빚어졌다. 18대 때 다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사전 동의 없이 그대로 제출해 문제가 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관례상 자신이 발의했던 법안이나 불출마·낙선 의원의 법안을 인용하는 것은 용인되지만 해당 의원이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동의 없이 베끼는 것은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안폐기율 증가 우려…대책 시급=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상당수 법안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원입법은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였지만 법안처리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만4761건이고 이중 처리된 법안 8273건을 제외한 6488건(43.9%)은 자동폐기됐다. 17대 국회의 법안폐기율은 35.1%였다.


의원 입법발의안 가결률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5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가결률은 40%였지만 16대 27%, 17대 21.1%로 갈수록 하락했다. 18대 국회의 의원발의 가결률은 13.6%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다간 19대 국회에서 가결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너무 일을 안해서 법안 발의건수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됐지만 보여주기식 법안이 급증하면 제대로 된 검토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안 발의보다 법안통과율로 의원을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의원들의 재탕·삼탕 입법은 계속돼왔다"며 "입법 활동에 대한 질적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출 한국정당학회 회장은 "입법의 홍수 속에서 심도있는 입법영향평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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