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환 15주년 홍콩 현지 가보니
경제위기에도 중국 관광객 늘며 외형성장…속내는 불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달 25일 홍콩 최대 약재 도·소매상이 밀집한 셩완거리. 평일 낮시간에도 매장과 길거리 곳곳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천샤우제씨는 "중국과 중동지역으로 보내야하는 물량이 많은데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몰려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명품숍이 즐비한 인근 코즈웨이베이도 사정은 비슷했다. 현지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코니씨는 "글로벌 경제위기라고는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어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면서 "시내 상권의 상가임대료는 여전히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유럽발 경제위기는 '쇼핑천국' 홍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듯 보였다. 중국으로의 반환 15주년 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이날도 역시 시내 곳곳엔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으로 붐볐다.
홍콩관광청이 집계하는 통계를 보면 2009년 2959만명에 달하던 관광객은 2010년엔 3603만명, 지난해에는 4192만명으로 해마다 20% 가까이 증가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1500만명이 넘게 다녀가는 등 증가폭은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 같은 기간 관광객이 현지에서 쓰고 간 돈도 해마다 20~30%씩 늘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코즈웨이베이 주요 상권에 개업하는 한 매장은 1만평방피트 매장을 임대하는 데 우리돈 7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홍콩의 상가임차료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의 주요 브랜드가 몰리면서 현지 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15%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내다 봤다.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무풍지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 중국으로의 종속현상이 심해지면서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지 유통업체 코프코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에디렁씨는 "중국이 뒤에서 버티고 있어 수입이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이같은 현상이 긍정적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한국기업의 현지지사장을 맡고 있는 박성국씨는 "중국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홍콩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중국과 홍콩이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해지는 게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홍콩 현지인들에게는 큰 박탈감을 주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국제금융과 중개무역 도시로서 세계적인 중심지로서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주요 국가별 관광객 증가율을 보면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가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가까이 늘었다. 전체 관광객 가운데 70% 가까운 비중으로 3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늘었다.
홍콩에서 숙박하는 중국인 관광객 한명당 쓰는 돈은 5794홍콩달러로 미국이나 유럽국가에 비해 2~3배 수준이다. 코트라 홍콩무역관 관계자는 "사치품 시장은 불경기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일반 서민들이나 중산층 이하는 치솟는 물가에 비해 임금 수준은 오르지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커져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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