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국립공원 케이블카(삭도) 시범사업지로 경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선정됐다. 함께 유치 경쟁을 벌였던 지리산·설악산·월출산 등 내륙형 국립공원 지역의 6개 지방자치단체는 탈락했다.
환경부는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해상형 케이블카 시범사업지로 선정하되 내륙형 6개 지역의 사업계획은 모두 부결했다고 밝혔다. 애초 해상 1곳을 비롯해 내륙 1~2곳이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보다 축소된 결과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리산 권역인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을 비롯해 설악산 권역인 강원 양양군, 월출산 권역인 전남 영암군, 전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이었다. 이 중 환경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킨 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유일했다.
백규석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탈락 지자체와 관련해 "정상 등반을 통제한다는 케이블카 시범사업의 가장 큰 전제조건을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봤다"며 "기술성과 공익성 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백 국장은 "지자체 사업계획의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위원회의 지배적인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케이블카 시범사업 추진을 발표하며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탐방객으로 인한 국립공원 피해 최소화였다. 국립공원에 지나치게 많은 탐방객이 몰리며 자연환경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2010년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의 수는 4200만명으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불법 탐방로, 즉 샛길은 지리산의 경우 304km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백 국장은 "2015년에는 국립공원 탐방객이 5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현 상태로는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 대안으로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제효과를 기대한 지자체들이 부응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리산의 경우 구례군과 남원시는 애초 목적과 달리 정상 등반을 통제하기 어렵고, 산청군과 함양군의 사업계획은 보호가치가 높은 식생 보호지역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설악산 권역인 강원 양양군도 같은 이유로 탈락했다.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반대해왔던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대폭 증가한 사람들로 국립공원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블카를 추진한다는 환경부의 논리는 상식 밖"이라며 "이번 결정은 국립공원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켜낸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은 일부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의 이권을 챙겨주는 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리산과 설악산 권역의 지자체에 한해 시범사업 재선정 가능성을 열어 놨다.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부적합 사유를 개선해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경우 시범사업 선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탐방객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판단이다.
반면 전남 영암 월출산의 경우 탐방객이 연 34만명 정도로 지리산(260만명)과 설악산(380만명)보다 훨씬 적은데다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경관 훼손이 크다고 판단, 아예 사업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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