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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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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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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SBS < Go Show > '감수성의 제왕‘ 편에 불만이 좀 있었습니다. 다들 느끼셨겠지만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뒤섞어 놓은 듯 보는 동안 맥이 뚝뚝 끊겼기 때문이에요. 감수성 많다는 명목으로 초대 된 손님 네 분이 왜 그리 물 위에 뜬 기름 모양 어색한지 모르겠더군요. 모아놓은 이유가 도통 납득이 되지 않는 조합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의문부호가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특히나 조권, 이경실 씨는 두 사람만 따로 떼놓으면 춤이며 추임새며 MBC <세바퀴>와 다름없지 않았나요? 더 나아가 이경실 씨는 막바지에 SBS <강심장>에 더 어울렸을 법한 얘기를 풀어 놓기도 했는데요. 화제는 불러올지언정 < Go Show >의 분위기와도, 그날의 주제와도 어긋나는 내용이지 싶어 아쉽더라고요. 눈물을 동반하긴 했지만 오프닝 때 강조한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소재는 아니었으니까요.


김응수, 이종혁 씨의 진보한 토크가 빛났습니다


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조권, 이경실 씨는 두 사람만 따로 떼놓으면 춤이며 추임새며 MBC <세바퀴>와 다름없지 않았나요?

이런저런 부조화에도 불구하고 ‘감수성의 제왕’ 1, 2부 모두를 ‘개인소장’ 하고파진 이유는 바로 김응수 씨 때문입니다. 이미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를 통해 재발견된 김응수 씨지만 이번 < Go Show >를 통해 진면목을 드러내 주셨거든요. 진지할 땐 진지하고 거들어야 될 땐 확실히 거들고, 자신을 내세워야 할 타이밍과 남을 받쳐줘야 할 타이밍을 제대로 꿰뚫고 계시더라고요. 다소 구식이란 느낌이 들면서도 깊이가 남달라서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디오스타’ 때는 그저 능청스럽고 재미있는 아저씨로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존경하고 싶은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셨다고 봐요. 토크쇼 출연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잖아요. 시청자로 하여금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면 그게 바로 기회를 잘 살린 걸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김응수 씨의 이번 < Go Show > 출연은 대성공입니다.


또 다른 초대 손님 이종혁 씨가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데에도 김응수 씨의 공이 컸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캐스팅 당시의 숨겨진 일화를 들려주며 이종혁 씨가 될성부른 나무였다는 사실을 몇 차례나 강조하다 보니 신인 때 이미 선배가 인정을 할 만한 재목이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디테일하게 입 꼬리를 올리는 표정 연기까지 예로 들어주니 설득이 아니 될 수 없죠. 시작도 전에 이종혁 씨 토크는 먼저 점수를 벌고 들어간 셈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신의 한수를 두어 줬다는 선배의 생색에 결코 기죽지 않는 이종혁 씨의 유들유들한 면면이 두 선후배 사이에 윤기를 더했던 것 같아요. 모델 이소라 씨의 화법을 빌려오자면 조권, 이경실 씨의 토크는 진부했고 김응수, 이종혁 씨의 토크는 진보한 토크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인간의 기본을 지킬 줄 아는 모습, 뜨끔했습니다


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날 김응수 씨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우선 그 바쁜 드라마 일정 중에도 발성 연습을 매일 아침 빼놓지 않으신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전해주신 현대 연극의 거장 스타니슬랍스키의 명언, “음악가들은 매일 같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데 왜 배우들은 술집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느냐.” 이것이 어디 비단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겠습니까? 하다못해 음식도 자주 해야 늘고, 스트레칭도 매일 같이 해줘야 늘고, 뭐 멀리 볼 거 있나요. 글씨만 봐도 그래요. 예전엔 그다지 볼썽사나운 글씨는 아니었지 싶은데 컴퓨터 덕에 한동안 펜을 놓고 살았더니 요즘은 아주 괴발개발, 아주 날아가지 뭐에요. 아무리 타고난 실력이라 할지라도 손에서 멀리하면 녹이 슬어버리는 건 당연지사가 아닐는지요. 또한 고통스럽게 찍은 장면이 가장 명장면이더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고요, 일단 배역을 맡게 되면 그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고자 같은 배경의 서적을 찾아 읽는다는 말씀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이를테면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일 때는 조선왕조실록을, 영화 <코리아> 같은 경우엔 그 당시 신문기사들을 독파하는 식으로 그 시절의 감정에 젖기 위해 노력하신다죠? 요즘 출연 중인 MBC <닥터진>을 위해서는 원작만화를 보셨다는데 멋모르고 준비 없이 연기에 도전하는 젊은 연기자들이나 타성에 젖은 중견 연기자들이 꼭 새겨들었으면 하는 말씀이었어요.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건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작품을 함께 하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항상 외우신다고 하던데 현재 <닥터진>과 KBS <각시탈>, 두 작품에 출연하고 계시니 얼추 100명에 달할 텐데요. 엇비슷한 연배인 저는 압니다. 그 연세에 100명의 이름을 외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인내천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말씀, 누군들 가슴 뜨끔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함께 일하는 사이이거늘 나이며 지위 고하, 배역의 경중이 무에 중요하겠습니까.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인간의 기본을 지킬 줄 아는 김응수 씨. 김응수 씨의 재발견이 아직 갈 길이 바로 서지 않은 < Go Show >의 해답이란 생각이 듭니다.


김응수 씨, < Go Show >를 구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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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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