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던 홍콩의 위상이 심상치 않다.
세계 각국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찾아오던 홍콩증시가 힘을 잃기 시작하고 있는 것. 이면에서는 초대형 중국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
21일 IPO 전문 분석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홍콩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의 규모는 32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IPO 규모가 총 354억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에는 IPO 규모가 무려 678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상황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
올해 홍콩증시의 IPO 순위도 크게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상하이 증시 등에 이어 7위다. 홍콩은 지난 2009년부터 20011년까지 3년간 IPO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홍콩의 추락이 일시적인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때 이같은 변화가 전세계 자본시장에서 홍콩의 역할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하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투자은행들의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 IPO 부진의 원인은 지난 10여년간 기업 공개를 위해 홍콩을 찾던 중국기업들이 줄고 있다는데 있다.
과거 중국공상은행, 차이나텔레콤, 차이나 생명과 같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공개했지만 이제는 초대형기업을 대신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IPO에 나서면서 기업공개 규모가 급격히 추락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의 프라다 프랑스의 로시땅 러시아의 루살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유치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들이 차지했던 비중이 워낙 컸던 탓에 공백을 메우기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심지어 런던의 보석상 그래프다이아몬드는 시장 부진 탓에 IPO 일정을 연기했다.
전 홍콩거래소 임원인 데이비드 웹은 "이제 종점에 다다른 것"이라고 평했다. 아시아 증시 전문가인 필립 에스피나스는 내년 홍콩의 IPO 규모를 100~15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충분히 싸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최근 런던 금속거래소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미 홍콩 자본시장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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