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창업투자회사들의 '랠리'가 무섭다. 지난달 말부터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면서 주가가 배 이상 올랐다. 차익실현 매물로 조정을 받다가도 어느새 다시 상한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조 거부'로 유명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인수해 화제가 됐던 에이티넘인베스트는 2008년 8월 이후 1000원 이상에서 거래된 적이 없었다. 약 4년간 전형적인 '동전주'였던 것. 그런 에이티넘인베스트가 지난달 30일 상한가를 친 후 이상급등을 했다.
5월29일 628원이던 주가는 6월11일 장중 1270원까지 올랐다. 이 기간 3일 연속 상한가 포함해 4일을 상한가 마감했다. 장중 상한가까지 합치면 6일을 상한가를 맛봤다. 이후 숨고르기를 하던 에이티넘인베스트는 18일, 다시 상한가를 찍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 뿐 아니다. 18일, 엠벤처투자, 제미니투자, 한국종합캐피탈, SBI글로벌, 대성창투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언급한 것이 모멘텀이 됐다.
동종업계의 무한투자가 30일 연속 시가총액 40억원 미만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되는 악재가 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무한투자조차 11원(3.81%) 오른 300원으로 마감했다.
이같은 창투사들의 랠리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창투사들의 값싼 주가를 첫손에 꼽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에 한두 종목이 아니라 업종 전체가 해당되는데다 이들이 모두 1000원 이하의 동전주라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는 것. 에이티넘인베스트가 최근 급등으로 1000원을 넘었지만 다른 종목들은 여전히 1000원 이하다. 엠벤처투자와 한국종합캐피탈은 18일 상한가에도 여전히 400원대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동전주라고 해서 싸다는 인식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종가 422원인 엠벤처투자의 시가총액은 281억원이다. 지난해까지 엠벤처투자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 5억여원에 이어 지난해는 무려 적자규모가 85억원을 넘었다. 순손실 규모는 100억원에 육박했다. 제조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4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엠벤처투자의 자기자본은 240억원. 18일 종가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4배다. 국내 1위 은행의 지주사인 KB금융의 PBR이 0.88배 수준이다. 신한지주도 1배 수준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연초 다른 정치테마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펀더멘탈에 기초하지 않은 주가 급등은 기본적으로 거품"이라며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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