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따먹기' 政爭 이젠 지친다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우리는 일하고 싶다." 19대 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자 문 앞에서 '민생'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19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148명의 초선 의원들이다. 이들은 19대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초선의 패기와 열정으로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저마다 주말도 없이 준비를 해왔다.
19대 국회의 공식 개원일은 지난 5일이었다. 그러나 국회 개원은 열흘째 미뤄졌다. 여야가 국회 원 구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결과 빚어진 파행이다.
그러자 초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국회 문 열고 일하자'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14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19대 초선 의원은 전체 300명의 의원 가운데 148명에 달한다. 새누리당은 150명 중 76명이, 민주통합당은 127명 중 56명, 통합진보당은 13명 중 10명이 초선 의원이다. 선진통일당과 무소속 초선 의원은 각각 3명씩이다.
'밥값 하겠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더 내고 있다. 김경협ㆍ인재근ㆍ최민희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32명은 11일 '우리는 일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에게 여야 원 구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은 하루 속히 국회를 정상화해 각 상임위별 업무보고와 국정현안을 파악하고 반값등록금ㆍ비정규직 문제 등 민생법안을 입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무산시키고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건너뛰기 위해 고의적으로 국회 개원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회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개원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주장하는 이벤트성 정치쇼가 아니라 국회부터 열고 국회개혁특위를 구성해서 진지하게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초선 의원 56명은 국회와 당의 운영 및 발전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면서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네트워크(민초넷)'을 13일 발족시켰다. 민초넷은 월 1회 정기모임을 가지며 현안에 따라 수시로 모임을 열어 국회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들은 18일 '초선의원의 역할…국회, 당의 혁신과 관련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47명도 지난 31일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다짐'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19대 국회는 18대의 폭력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19대 국회를 '상생 국회' '국민 섬김 국회'로 만드는데 적극 협력하고 앞장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향해 "양보와 타협, 상생의 정신으로 조속히 원(院) 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새로운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구태의연하게 서로를 흠집 내는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새누리당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초선인 것은 18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엄정한 평가였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일하고 싶다'는 초선 의원들의 바람은 아직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다. 19대 국회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국회의장과 부의장단을 선출하지 못다. '선장 없는 19대호(號)'로 불안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자칫 89일 만에 원 구성 협상에 최종 합의한 18대 국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과 부의장단도 임기 개시 42일 만에 선출돼 비난을 샀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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