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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재수사, 끝내 몸통 못 찾고 배후에 면죄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6초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3개월 수사 끝에 ‘청와대도 관련 있었다’ 는 정도에 그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오히려 의혹의 중심에 놓인 일부 관련자와 배후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려 했다는 지적마저 흘러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기소했다.

검찰이 지난 1차 수사에서 200건의 사찰사례를 통해 불법사찰로 추려낸 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1건이다. 재수사를 통해 추가로 300여건의 사찰사례를 더 들여다 본 검찰은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이 따로, 또 같이 울산지역 민간기업,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전 칠곡군수, 부산상수도사업본부 등 3건의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붙잡았다. 검찰 관계자는 “500건이 사찰 사례의 전부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해 공무감찰이 주업무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실상 정·관·재계 인사는 물론 민간인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증거인멸 지시 및 정식보고 라인이 아닌 이른바 ‘비선보고’라인에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과 박 전 차관이 개입한 정황까지 확인했다.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이 전 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을 구속기소했다. 국무총리실의 특수활동비까지 청와대와 나눠쓰며 불법사찰에도 가담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지난달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작 비선보고라인의 정점으로 거론된 ‘VIP(대통령)를 보필하는’ 대통령실장에겐 서면조사로 예를 갖췄다. “보고받은적 없다”고 종이에 적어 보내면 더 이상의 의심을 거둬준 셈이다.


청와대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박 전 차관의 “네가 있어 다행이다, 애들 좀 잘 챙겨라” 전화 한 통화에 선뜻 잘 알지도 못하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팀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한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선 판례까지 언급해가며 범인도피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변호했다.


재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폭로자’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참고인 신분임에도 그에 대한 피고발사건을 함께 처리하는 일환이라며 수사발표 자료에 과거 참여정부 조사심의관실의 사찰 흔적은 끼워넣고서, YTN노동조합 등이 고발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인사개입 의혹 등 언론에 대한 불법사찰에 대해선 “아직 수사중”이라며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었다.


정치권의 특검 및 국정조사 요구가 드센 가운데, 검찰 안팎에선 ‘진짜몸통’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야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현 정권에서 이뤄진 불법사찰에, 당시 사정당국 조율업무를 맡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검찰의 수장인 장관직에 앉아있는 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일심(一心)으로 충성’한 ‘몸통’이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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