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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83%가 이미 포괄수가제 참여…이제와서 왜 반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5초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포괄수가제 의무화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집단 수술거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과의사회가 백내장 수술을 1주일간 거부키로 한 데 이어, 외과ㆍ산부인과 등도 이에 동참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수술거부가 최종 결정되면 포괄수가제 의무 적용 7가지 질병에 대한 수술이 7월 1일부터 1주일간 중단될 전망이다.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환자 제외·한시적 중단.. 의료대란 가능성은 적어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가 의무화 되는 질병은 백내장 수술, 제왕절개ㆍ자궁수술, 치질ㆍ탈장수술, 맹장ㆍ편도선 수술 등 7가지다. 의무화 대상은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이며 종합병원 이상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수술을 거부한다 해도 환자들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된다. 아직까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수술거부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적다.


수술을 거부하더라도 응급환자는 예외로 뒀다. 수술을 1주일 정도 미뤄도 큰 지장이 없는 환자들만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수술거부 결정은 환자진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포괄수가제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나 각 진료과목 단체가 정한 조치를 현장 의사가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정치적 행보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수술거부에 대해 자격정지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의사가 처벌을 받기 위해선 수술을 거부당한 환자의 고발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포괄수가제를 적용할 경우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종합병원을 이용하거나 수술일자를 1주일 정도 미루자"는 점을 설명하고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백내장 수술 99% 의원이 이미 시행중


포괄수가제는 7개 질환에 대해 지금도 시행 중이다. 다만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던 것을 7월부터 의무화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병원급은 찬성을, 의원급은 반대 의사를 냈다. 그런데 현재 자율 참여율은 의원급 83.5%, 병원급 40.5%로 오히려 의원급이 더 적극적이다.


의원급의 경우 백내장 수술은 99.9%가 참여하고 있으며, 항문수술 85.0%, 탈장수술 82.7%, 충수절제술(맹장수술) 75.8%, 자궁수술 53.5%, 제왕절개 46.6%다. 편도수술의 참여율이 가장 낮아 6.9%다.


가장 먼저 수술거부 계획을 밝힌 백내장 수술 안과의사들의 99.9%가 이미 포괄수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반발이 나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의무화'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다.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동안은 정부가 정해준 가격, 즉 백내장 수술은 '얼마'와 같은 포괄수가에 불만이 있을 경우 탈퇴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또 포괄수가제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정부의 장기적 계획대로 거의 모든 질환에 이 제도가 의무화 되면 의사의 진료자율권이 위축되고, 검사나 입원일수를 늘여 수입을 극대화 하던 방법도 사실상 봉쇄된다.


마지막으로는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노환규 의사협회장의 개인 입장도 반영됐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대책은 대부분 의사의 수입 감소와 연결되는데, 지금까지 의사협회장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불만이 의사 회원들 사이에 깔려 있다.


때문에 노 회장이 '나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입지 안정화의 도구로 삼은 듯하다. 이미 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노 회장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제도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행보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측면이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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