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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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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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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너무 어색해하지 말아요, 처남. 내가 할머니,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린 사람한테도 존대를 해주면서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하는 거, 그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처남에게 존대어를 쓰기로 했어요.” 예상치 못한 손자 귀남(유준상)의 반격이 당황스러우셨던지 할머님(강부자)께서는 “새 애기 너도 이제부터 시누이에게 말 편하게 하고 싶으면 하라”며 언짢은 기색으로 서둘러 자리를 뜨셨습니다. 손위 매형이 손아래 처남에게 깍듯하게 존대를 하다니, 저 또한 일생 처음으로 보고 듣는 광경이었어요. 너무나 당연시 되어 온지라 보고 듣기는커녕 염두에 두어 본 적도 없었죠.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아무리 나이가 한참 어려도 올케가 말을 놓아서는 아니 되지만 손아래 처남에게는 연장자여도 말을 놓으라고 가르치고 시키는 게 우리네 법도잖아요.


사소한 호칭에서 발견한 문제제기, 의미있더군요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금쪽같은 손자가 처남에게 존대를 쓰는 것, 생각해보면 이건 서운해 하실 일은 아니에요.

여느 손자 같았으면 아마 그 놈의 법도를 들먹이시며 한 차례 불호령을 내리시고도 남았을 겁니다. 어쩌면 “아가, 니가 어떻게 애를 조종을 했기에”하며 애꿎게 손자며느리 윤희(김남주)에게 화살을 돌리셨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헤어져 산 세월이 워낙 길어서 아직은 어려운 구석이 있는 손자이기도 하고 따져보면 과히 틀린 소리는 아니니 뭐라 딱히 반박을 하지는 못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역시나 며느님 엄청해(윤여정) 여사는 시어머니답게 “새 애기 니가 그러자고 그랬니?” 하며 딴죽을 거시더군요. 어쨌든 짐작컨대 그날 밤 할머님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오래도록 잠을 못 이루셨지 싶어요.


그런데요. 생각해보면 이건 서운해 하실 일은 아니에요. 손아래 시누이라 해도 서로 존중해줘서 나쁠 것 없다는, 그래야 더 돈독한 사이가 된다는 할머님 말씀, 백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세요. 하지만 서로가 아닌 일방적인 존중을 바라니까 그 대목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사실 손아래 처남에게는 하대를 허용하면서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굳이 존대를 강요한다는 것, 말을 놓느냐 안 놓느냐, 그게 세간에 갑론을박을 불러올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사람에 따라 가풍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봐요. 남편의 동생에게는 마치 상전이라도 모시는 양 아가씨, 도련님하고 존칭을 쓰면서 아내의 동생에게는 처남, 처제라고 부르며 하대를 한다는 게 온당치 않은 일이라는 거, 솔직히 할머님도 인정은 하시죠? 아마 할머님도 별 생각 없이 관습에 따라 그렇게 부르고 듣고 사셨지 싶어요. 그런데 억울한 경우를 당하면서 눈과 귀를 막아 놓아 억울한지를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 게 더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어른들이 나서주셔야 변화가 자리 잡습니다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제일 어른이신 할머님께서 앞장서서 며느리들이 스스로를 대접하지 못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기억을 되돌려본 즉 저 또한 평소에는 자식 보다 훨씬 나이 어린 이들에게도 말을 놓는 법이 없었건만 손아래 친척 올케에게는 결혼식을 마치고 인사차 들리던 날부터 대뜸 말을 놓았더군요. 같은 나이의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상냥한 웃음을 더해가며 존대를 하며 평생을 살았으면서 말이죠. 말을 놓는 데에 손톱 끝만큼도 부담이 없었다는 게 지금 와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게 시집 식구랍시고 재세를 했던 거겠죠? 오랜 세뇌의 결과이기도 하겠고요. 어찌 보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당한 일들에 대한 분풀이를 애먼 곳에서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듯이 악습이 줄줄이 이어져왔을 테고요.


그래서 부탁드리는데요. 귀남이 잃어버린 일로 며느님(윤여정)에게 두고두고 설움을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하셨듯이 제일 어른이신 할머님께서 앞장서서 악습의 고리를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서둘러 주셔야 비로소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지난 번 제사 때도 귀남이가 “할아버지는 우리 윤희 얼굴도 보시지 못했지 않느냐”며 제사상 차리기에 나서 할머님을 기함하시게 했지만 그건 정말이지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들이 안고 있는 크나큰 의문입니다. 핏줄들 다 놔두고 남의 집에서 데려온 여자들이 왜 제사 음식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요. 조상을 추모하는 일, 솔선수범해가며 열심히 할 수는 있어요. 꾀를 피우지 않고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당연히 여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혹시 할머님은 의문조차 품지 않으셨던가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셨어요?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주세요. 우리나라만의 유별난 며느리 길들이기에 대해서요.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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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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