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AD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너무 어색해하지 말아요, 처남. 내가 할머니,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린 사람한테도 존대를 해주면서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하는 거, 그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처남에게 존대어를 쓰기로 했어요.” 예상치 못한 손자 귀남(유준상)의 반격이 당황스러우셨던지 할머님(강부자)께서는 “새 애기 너도 이제부터 시누이에게 말 편하게 하고 싶으면 하라”며 언짢은 기색으로 서둘러 자리를 뜨셨습니다. 손위 매형이 손아래 처남에게 깍듯하게 존대를 하다니, 저 또한 일생 처음으로 보고 듣는 광경이었어요. 너무나 당연시 되어 온지라 보고 듣기는커녕 염두에 두어 본 적도 없었죠.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아무리 나이가 한참 어려도 올케가 말을 놓아서는 아니 되지만 손아래 처남에게는 연장자여도 말을 놓으라고 가르치고 시키는 게 우리네 법도잖아요.


사소한 호칭에서 발견한 문제제기, 의미있더군요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금쪽같은 손자가 처남에게 존대를 쓰는 것, 생각해보면 이건 서운해 하실 일은 아니에요.

여느 손자 같았으면 아마 그 놈의 법도를 들먹이시며 한 차례 불호령을 내리시고도 남았을 겁니다. 어쩌면 “아가, 니가 어떻게 애를 조종을 했기에”하며 애꿎게 손자며느리 윤희(김남주)에게 화살을 돌리셨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헤어져 산 세월이 워낙 길어서 아직은 어려운 구석이 있는 손자이기도 하고 따져보면 과히 틀린 소리는 아니니 뭐라 딱히 반박을 하지는 못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역시나 며느님 엄청해(윤여정) 여사는 시어머니답게 “새 애기 니가 그러자고 그랬니?” 하며 딴죽을 거시더군요. 어쨌든 짐작컨대 그날 밤 할머님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오래도록 잠을 못 이루셨지 싶어요.


그런데요. 생각해보면 이건 서운해 하실 일은 아니에요. 손아래 시누이라 해도 서로 존중해줘서 나쁠 것 없다는, 그래야 더 돈독한 사이가 된다는 할머님 말씀, 백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세요. 하지만 서로가 아닌 일방적인 존중을 바라니까 그 대목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사실 손아래 처남에게는 하대를 허용하면서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굳이 존대를 강요한다는 것, 말을 놓느냐 안 놓느냐, 그게 세간에 갑론을박을 불러올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사람에 따라 가풍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봐요. 남편의 동생에게는 마치 상전이라도 모시는 양 아가씨, 도련님하고 존칭을 쓰면서 아내의 동생에게는 처남, 처제라고 부르며 하대를 한다는 게 온당치 않은 일이라는 거, 솔직히 할머님도 인정은 하시죠? 아마 할머님도 별 생각 없이 관습에 따라 그렇게 부르고 듣고 사셨지 싶어요. 그런데 억울한 경우를 당하면서 눈과 귀를 막아 놓아 억울한지를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 게 더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어른들이 나서주셔야 변화가 자리 잡습니다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제일 어른이신 할머님께서 앞장서서 며느리들이 스스로를 대접하지 못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기억을 되돌려본 즉 저 또한 평소에는 자식 보다 훨씬 나이 어린 이들에게도 말을 놓는 법이 없었건만 손아래 친척 올케에게는 결혼식을 마치고 인사차 들리던 날부터 대뜸 말을 놓았더군요. 같은 나이의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상냥한 웃음을 더해가며 존대를 하며 평생을 살았으면서 말이죠. 말을 놓는 데에 손톱 끝만큼도 부담이 없었다는 게 지금 와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게 시집 식구랍시고 재세를 했던 거겠죠? 오랜 세뇌의 결과이기도 하겠고요. 어찌 보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당한 일들에 대한 분풀이를 애먼 곳에서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듯이 악습이 줄줄이 이어져왔을 테고요.


그래서 부탁드리는데요. 귀남이 잃어버린 일로 며느님(윤여정)에게 두고두고 설움을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하셨듯이 제일 어른이신 할머님께서 앞장서서 악습의 고리를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서둘러 주셔야 비로소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지난 번 제사 때도 귀남이가 “할아버지는 우리 윤희 얼굴도 보시지 못했지 않느냐”며 제사상 차리기에 나서 할머님을 기함하시게 했지만 그건 정말이지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들이 안고 있는 크나큰 의문입니다. 핏줄들 다 놔두고 남의 집에서 데려온 여자들이 왜 제사 음식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요. 조상을 추모하는 일, 솔선수범해가며 열심히 할 수는 있어요. 꾀를 피우지 않고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당연히 여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혹시 할머님은 의문조차 품지 않으셨던가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셨어요?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주세요. 우리나라만의 유별난 며느리 길들이기에 대해서요.


귀남 할머니, 며느리 길들이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