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갖고 스윙 점검 통해 일관된 리듬과 템포를 찾는 게 급선무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입스를 이겨라."
골프의 불청객 '입스(yips)'. 최진호(28)는 지난 3일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20개월 만에 역전우승을 차지한 뒤 "한동안 극심한 드라이버 입스에 시달렸다"는 사연을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입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샷을 하기 전부터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다. 당연히 샷의 결과 역시 좋지 않다. 아마추어골퍼는 물론 프로선수조차도 입스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 프로도 어쩔 수 없는 '입스'= 최진호는 2006년 비발디파크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일궈내며 신인왕에 올라 차세대 기대주로 지목됐던 선수다.
하지만 2008년 드라이버 입스로 17개 대회에서 모두 '컷 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 때문에 투어카드마저 잃고, 2009년에는 미국 2부 투어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최진호는 "비거리를 늘리려다가 그랬다"고 했다. 한 경기에 아웃오브바운즈(OB)를 6개나 내기도 했다.
최진호는 그래서 아예 3개월 동안 골프채를 내려놓고, 몸의 밸런스를 다시 맞추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외도(?)는 성공적이었다. 2010년 국내 투어에 복귀해 레이크힐스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지난해에는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랭킹 15위를 지키며 기회를 만들었다.
김대섭(31)의 사례도 유명하다. 2006년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되면서 무려 2년간 드라이버 입스를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김대섭은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잘 나가던 시절 자신의 스윙 모습이 담긴 인터넷 동영상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상금랭킹 2위에 올랐던 심현화(23)도 예전에 드라이버 입스로 선수 생활을 접을 뻔했다.
▲ 해결책은 '자신감'=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입스가 구력이나 실력과는 상관없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숏게임에서 특히 더 많이 나타난다. 웨지 샷을 하다가 갑자기 생크가 나거나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1m도 안 되는 퍼팅을 어이없이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입스가 시작되면 보통 라운드 당 평균 4.7타 이상을 까먹는다고 한다.
보통 스윙의 오류를 그대로 방치할 때 입스가 올 수 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은 최진호처럼 장타를 의식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아마추어는 과도하게 몸을 쓰거나 백스윙에서 상체를 들어 올려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이럴 때는 스윙궤도를 점검하면서 일관된 리듬과 스피드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칩 샷 입스는 '하지마라'는 금기사항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손목 사용 금지가 몸을 경직시켜 부자연스러운 샷을 만드는 경우다. 몸이 굳으면서 토핑이나 뒤땅, 생크까지 나온다. 헤드의 무게로 '툭툭'친다는 생각만 갖는다.
짧은 거리의 퍼팅 입스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을 때리지 못하고 그저 미는 수준에서 그친다. 아무리 짧아도 임팩트에 집중해서 롱퍼팅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리듬과 템포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자신감이 더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연습하기 보다는 실수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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