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이클 샌델 교수, "가수 비의 군대면제, 괜찮을까요?"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서 1만5000여명의 청중과 '토론식 강의'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마이클 샌델 교수 특유의 문답식 토론이 1만여명의 독자와 통했다. 지난 1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1만5000여명 앞에서 마이클 샌델(59)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특별강연자로 나섰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그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교수, "가수 비의 군대면제, 괜찮을까요?"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5000여명의 청중이 몰린 가운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AD


센델 교수는 강연에 앞서 “오늘 철학 강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토론하는 강의이자 가장 민주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답에 이르게 하는 교수법으로 유명하다. 1만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도 그는 특유의 문답법으로 강의를 이끌어갔다. 곧 여름밤의 노천극장은 하버드대 강의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 열기로 가득 찼다.

“여러분이 명문대 총장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전체 정원의 10%를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에게 팔자’고 제안합니다. 우선 입학정원의 90%는 학업능력에 기반을 두고 뽑습니다. 나머지 10%는 학업성적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지만 교육을 충분히 받을만한 수준이라고 칩시다. 이런 제안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치열한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10%일지라도 선발기준이 부모님이 얼마나 부자인지가 돼서는 안된다”며 반대하는 입장과 “대학이 기부받은 돈을 활용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센델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직접 논쟁하도록 마이크를 넘겼다. 토론은 ‘기여입학제 허용 비율’문제로 확대됐고, 결국 “50%는 적절치 않은데 10%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쪽이 맞받아치지 못하면서 일단락됐다.


토론이 끝나자 센델 교수는 '기여입학제'를 둘러싼 쟁점을 2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문제는 ‘공정성’이다. 돈은 없지만 진정으로 능력 있는 학생들한테 기여입학제가 굉장히 불공평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기여입학제가 대학의 본래 목적을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학문을 추구하는 배움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샌델 교수, "가수 비의 군대면제, 괜찮을까요?"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5000여명의 청중이 몰린 가운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날 센델 교수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청중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간혹 논쟁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로 한발 한발 나아갔다. 기여입학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례로 논쟁을 이끌어가던 샌델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예민한 ‘군대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만약 한국의 유명한 가수 비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반을 한국 정부에 내고 그 대신 군 복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에 찬성하시겠습니까? 반대하시겠습니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찬성하는 쪽은 “박주영과 같은 스포츠 스타나 비와 같은 팝스타가 군복무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활동을 통해 국위선양을 함으로써 국가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고 주장했고, 반대하는 쪽은 “남성들이 군대에 가면서 지키는 국방의 의무는 비시장적 가치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의무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센델 교수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실제로 빈곤한 사람들이 비가 기부한 돈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군복무’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공유하는 비시장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시장적 가치인 돈으로 대체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델 교수는 이날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시장원리와 돈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영역에서 중요한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내는지에 대해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공정성에 대해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 징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센델 교수는 “지금까지 돈의 가치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서 “오늘 함께 했던 토론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