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수상실패 임상수 감독, 논란 자초 발언 잇따라
[칸(프랑스)=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올해도 '무관'(無冠)이었다. 지난달 27일 폐막한 6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이야기다. 올해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세계 아트하우스 영화들에서 추리고 추려낸 공식 경쟁 부문 22개 작품에 포함됐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 홍상수에게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여덟 번 째 칸 진출작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돈의 맛'의 임감독도 '하녀'에 이어 두 번째 칸 경쟁 나들이다. 칸의 최고 프로그래머 티에리 프레모는 '돈의 맛'을 '올해 경쟁작들 중 최고의 미장 센(mise en scene) 영화'라고 꼽기도 했다.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였지만 시상식은 철저히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들의 잔치였다.
칸 현지에서 홍감독과 임감독의 행보는 확연히 대비됐다. 칸을 유유자적하게 즐긴 홍감독과는 달리 임감독은 매우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수상 가능성을 풀어놨다. 크고 작은 돌출 발언들도 이어졌다. 투자를 받지 못한 대기업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두 명의 '똘똘'한 중견 감독 중 한 명은 수상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남겼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돈의 맛'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열강의 식민지 시대가 지속되는 현실을 반영한 보편적인 주제의 영화라고 치켜 올렸다. 말미에는 "앞으로는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라는 말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영화제 폐막일이 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폐막식 초대 전화를 받지 못한 임감독은 급히 현지 한국 기자들을 불러 수상 불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과 유럽 저널리스트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대중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거다. 티에리 프레모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구구절절한 변명과 정당화 발언이 이어졌다. 시간이 끝나갈 때 임상수는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여정과 김강우의 정사 장면 뒤는 훌륭한데, 앞은 부족하다." 정확히 이야기를 세 번 튼 셈이다. 자고로 감독은 영화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 홍감독은 그랬다. 그러나 임감독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칸(프랑스)=태상준 기자 birdca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