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본사 인력 절반을 연내 감원하거나 자회사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직원 7000명 중 3000~4000명을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파나소닉의 본사 인력 대폭 감축은 처음이다.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한 94년 역사의 간판기업 감원 소식에 일본이 술렁이고 있다.
내쇼날 라디오와 파나소닉 오디오로 유명한 파나소닉은 삼성전자 창립 10년 전인 1959년 미국에 최초로 해외지사를 설립했다. 기술과 전통을 자랑하던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삼성전자ㆍLG전자에 밀려 TV 사업 등에서 고전하며 지난해 7721억엔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자회사 산요전기의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팔고 국내외 인력 33만명 가운데 3만명을 줄이고도 모자라 본사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전자산업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워크맨ㆍ플레이스테이션 등 세계인이 칭찬한 제품을 만든 소니도 지난해 2200억엔의 적자를 냈다. 샤프와 NEC도 적자다. 일본 전자산업이 흔들리는 데는 엔고(高)와 대지진, 태국 홍수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디지털화에 대한 적응 실패와 자신들이 쌓아 온 아성이 무너질 리 없다는 자만심 등 기업 내부 요인이 컸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급기야 70여년 맞수 소니와 파나소닉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에서 기술 제휴에 나섰다.
전자ㆍ정보기술(IT) 업계의 지각 변동은 세계적 현상이다.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에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적 컴퓨터 제조업체 휼렛패커드(HP)와 델이 흔들리고 있다. 앵그리 버드 등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닌텐도의 아성도 무너졌다.
다행히 한국 전자산업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ㆍTVㆍ반도체 등에서 매출 1위다. 하지만 언제 꺾일지 모른다. 여러 분야에서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 HP와 델이 흔들리면 이들 기업에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매출이 줄어든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현 상황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이끄는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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