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문화재청이 2008년 방화로 잿더미가 된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화재에 취약한 시공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숭례문과 광화문 등 주요 문화재를 원형 복원한다면서 공장에서 찍어낸 기와를 사용해 문화재 원형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16개 시·도의 문화재 보수 및 정비사업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2009년 11월부터 착수한 숭례문과 성곽복원 공사에는 강회다짐층을 넣도록 설계돼 있다. 강회다짐층은 지붕의 뼈대가 되는 목재와 기와 사이에 진흙과 생석회, 마사토 등의 혼합재(보토)를 채운 뒤 그 위에 생석회와 마사토를 덧바르는 기법으로, 누수를 방지하고 기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960년대부터 문화재 복원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목조 건물에선 서까래의 변형으로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목조 구조물의 부식을 심화시키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두껍고 단단한 강회다짐층이 오히려 불길 진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감사원은 우려했다.
문화재청은 특히 2009년 7월 숭례문복구자문단이 "강회다짐층은 시공시 통풍 및 공기 순환이 어려워 건물 내부에 결로 현상으로 목부재의 부식이 심화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강회다짐층 기법으로 시공을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광화문과 주변시설을 복원하면서도 강회다짐층을 사용했는데 보토 과정을 건너 뛰거나 시공 순서를 무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당 시공된 강화문 등 8곳은 3000 기와지붕 때문에 문화재의 원형훼손은 물론 목재의 부식이 심화되거나 화재시 진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기와지붕을 설계한 시공사와 건축사무소, 책임관리원 등을 규정에 따라 영업정지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하고 관련 공무원에게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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