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애플이 엘피다로부터 모바일 DRAM 구매량을 확대해도 DRAM 업황의 방향성은 변치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대만언론이 '애플이 일본 엘피다의 생산물량 중 절반을 올 하반기 구매키로 약속했고,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위상이 제고될 것'이라는 보도에 명확히 할 사항이 있다고 17일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보도는 현재는 엘피다가 생산하는 모바일 DRAM 중 절반에 현저히 미달하는 수량을 애플에 공급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지난 4월에도 엘피다가 생산하는 전체 모바일 DRAM의 45%가 애플로 나갔다"며 "따라서, 엘피다가 애플로의 공급을 하반기에 전체 생산량 중의 50%까지 확대해도 지금 현재 모바일 DRAM 공급업체 사이의 애플 내 점유율에는 큰 변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DRAM 점유율 하락폭도 크지 않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은 또 "애플은 전세계 모바일 DRAM 수요의 22%를 차지하는 업체이고 가격 협상력이 높아 애플과의 사업이 여타 모바일 DRAM 수요업체와의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엘피다가 애플로의 출하량 확대를 위해 여타업체들과의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경우 엘피다를 제외한 모바일 DRAM업체는 여타 수요업체들과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오히려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엘피다를 지원한다고 해도 엘피다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크게 나아질 수 없다는 평가다. 그는 "애플이 선수금 형태의 자금 지원을 통해 엘피다를 지원할 경우 엘피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시장에 있지만, 애플이 선수금을 지원하더라도 엘피다가 지원금을 관련 생산설비 확대에 사용해야만 할 것으로 사료되고, 전사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임의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엘피다의 본질적인 경쟁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만 보도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대만의 보도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이 인수가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아직 남았고, 3개월이 지난 후 엘피다의 경쟁력이 추가 악화된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이 인수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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