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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약 도매상 전락하는 한국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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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약 도매상 전락하는 한국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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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우리나라 대표 제약사들이 수입약 도매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본에서 항생제 등을 들여와 자전거에 싣고 팔던 100년 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마저 준다.


이런 변화는 충격이 큰 약가정책을 정부가 너무 단기간 내 적용한 탓이 크다. 갑자기 생존에 위협을 느낀 제약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입약 판매대행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당장의 매출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의 운명이 외국 회사 이해득실에 좌우되는 종속형 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리베이트 단속, 일괄 약가인하 시행 이후 각 제약사들이 수입약 판매계약을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회사는 유한양행이다. 지난 1년새 한국와이어스ㆍ한국릴리ㆍ한국베링거인겔하임ㆍ미국 길리어드ㆍ한국유씨비제약 등과 계약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완제품을 수입해 팔고 외국 회사는 로열티를 챙기는 식이다.


복제약 외 뚜렷한 신제품이 없는 유한양행과 국내 영업조직이 약한 외국 제약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유한양행은 4월 1일 시행된 일괄 약가인하로 제품 102개의 가격이 떨어졌다. 전체 제약사 중 7번째로 많다.


하지만 수입약 판매호조로 최근 실적은 썩 나쁘지 않다. 경쟁 제약사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유한양행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44% 증가했다. 그러나 완제품을 구입해 파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낮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48%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대웅제약도 이런 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당뇨약 자누비아와 고혈압약 올메텍은 각각 미국과 일본 제약사 제품이다. 최근에는 스페인제약사로부터 폐질환 약도 들여왔다.


이외 종근당과 한국로슈, 광동제약과 잉겔하트, 동화약품과 한국노바티스, LG생명과학과 화이자 등 국경을 넘은 짝짓기 계약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고 있다.


업계에선 수입약 판매대행 사업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다. 언젠가 회사에 큰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출시 초기엔 영업력 의존도가 높아 국내 제약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매출이 본 궤도에 오르면 외국 기업은 언제든 판권을 회수할 수 있다.


2009년 대웅제약은 보톡스 판권을 회수 당하며 곤욕을 치른 적이 있고, 2010년 한올바이오파마는 자사 매출의 20%를 차지하던 품목의 계약연장에 실패하며 '휘청'했다. 한올 측은 8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제품을 키웠으나 정작 과실을 챙긴 건 미국의 박스터였다.


최근 들어 이런 판권회수 사례는 더 잦아졌다. 영업환경이 나빠지자 외국 제약사들이 "나부터 살고 보자"고 나선 것이다. 일본 산텐제약은 태준제약의 결막 치료제를, 미국 박스터와 영국 GSK는 각각 일양약품과 일성신약으로부터 자사 제품의 판권을 최근 회수했다.


안국약품은 자사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던 가래약 '푸로스판'을 지난해 잃었다. 계약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160억 원대 국제 소송도 당해, 수입약 판매의 '위험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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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선 이런 사업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도기적 전략"이라며 "신약개발 등 장기적 투자를 병행한다면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약 판매대행에 '올인'하는 전략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매출액의 절반을 수입약에 의존해온 제일약품한독약품은 업계 10위권 상위 제약사지만, 손쉽게 장사하다보니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약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3∼4%로 업계 최하위권이다. 두 회사는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혁신형 제약기업' 신청 자격도 통과하지 못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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