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구독 권유에 '자전거' 대신 '현금' 공세
20% 초과 적발시 사법당국 송치될 수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용인 동백동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인근 대형마트에 들를 때마다 입구에서 한 40대 남성과 마주치곤 한다. 마트 방문객인 것처럼 서성이던 이 남성은 김씨에게 다가와 지폐 크기보다 좀 더 큰 노란색 봉투를 열어보이며 "백화점 상품권 5만원을 줄테니 신문 한부 보시라"고 권한다. 얼마 전까지 상품권 3만원을 얘기하던 그가 5만원을 준다고 하자 김씨는 "어차피 신문 하나쯤 봐야 하는데…" 싶은 마음에 집에 돌아와서도 못내 아쉬운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신문사들의 도를 넘은 구독권유 행위에 소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일명 '자전거 경품 금지' 이후 제재가 강화됐으리라 짐작했지만 오히려 상품권이나 현금이 든 봉투까지 등장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독자들 입장에선 "이래도 되나?"하는 의문과 함께 "제 돈 다 내고 신문 보면 바보"라는 비웃음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신문 구독시 제공되는 경품은 과연 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현행법상 통상 일년에 3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3조에 따르면, 신문 판매업자가 독자에게 1년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같은 기간 독자로부터 받는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경품류는 신문발행업자 또는 신문판매업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현금, 유가증권, 물품, 용역제공 등 경제상의 이익. 따라서 규정대로라면 한 달 구독료가 1만5000원인 일간신문의 경우 1년 계약이면 납부할 구독료는 총 18만원, 이 가운데 20%인 3만6000원까지는 경품을 주더라도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건을 팔게 되면 할인을 하든, 경품을 제공하든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다. 다른 부분들은 관련 규제를 풀어뒀는데 신문을 포함한 특정 업종에 한해서는 규정이 있다"면서 "위반 사례가 있다면 사실 관계를 확인해 법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품제공 위반사례가 공정위 쪽에 접수되면 해당 지국에 대해 현장조사가 이뤄진다. 또 조사 결과 불법 여부가 확인되면 공정위 위원회 차원의 의결을 거쳐 처벌 수위가 결정되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는 현재 이와 관련해 처벌 수위를 명시한 구체적인 조항이 마련돼 있진 않은 실정. 사안마다 위반 정도에 따라 다른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경품을 제공한 신문사 지국 쪽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조치가 내려지는데, 대개 이들이 영세한 자영업자이다 보니 영업금지 등의 명령까지는 내려지지는 않고 있다. 과징금은 불법수령 액수 등에 따라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처벌이 공정위 측의 조치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불법의 정도가 심하고 그 액수가 크다면 사법당국으로 송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내리는 판단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업계에서도 이렇게 무리한 마케팅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데 대해서는 수긍하는 모습이다. 다만 금품을 이용한 독자 유치는 신문 판매를 담당하는 지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위선(신문사 본사)의 지시나 개입으로 이뤄질 순 없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종합일간지 지국 관계자는 "일부에서 (돈봉투를 돌리는) 그런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는 지국의 자체적인 결정"이라며 "지국을 운영하시는 분들 사이에 '그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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