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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끝내 빠진 자본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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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끝내 빠진 자본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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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듭니다."


요즘 큰 손들의 고민은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최근 만난 국내 대형기관의 사모펀드(PEF) 책임자나 외국계 자금을 관리하는 자문사 임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규모가 최근 350조원을 돌파할 정도이고, 몇백억원에서 몇천억원을 쌓아놓고 적당한 투자처를 찾는 돈이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쪽에서만 매년 100조원, 보험쪽에서도 50조원씩 자산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국민연금의 운용기금도 2015년이면 500조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세계 4위인 국민연금의 운용기금 규모는 3위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 큰 딜(deal)을 국내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등 금융기관과 대형 공기업 등 굵직한 매물이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조' 단위 딜에서 국내업체는 '들러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큰 딜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같은 대형 인수합병(M&A) 건수도 많이 줄었다.

결국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거나 국내에서도 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넘쳐나는 돈을 제대로 굴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 활성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증권사 대형화 얘기도 마찬가지다. 규모를 키워 세계시장에서 한판 겨뤄볼 최소한의 무기라도 준비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대형사들이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이상으로 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다는데 있다. 헤지펀드 시장 진출 허용 등 금융투자업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끝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상비약의 슈퍼 판매 허용 등 이른바 민생법안으로 일컬어지는 62개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총선이 끝난 후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빠졌다.


물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른 민생법안처럼 시급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당장 헤지펀드를 못한다고 증권사들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일부 신중론자들의 주장처럼 지나친 규제완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듯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거품이 생길 소지도 있다. 해외진출이 성공의 보증수표도 결코 아니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여러차례 해외에서 실패하고 철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위험이 있다고 해서 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금융투자업은 '리스크'를 얼마나 회피하면서 초과수익을 올리는 업종이다. 예금은 국가가 나서 보호해 주지만 투자는 손실이 아무리 커도 누구도 보전해 주지 않는다. 위험만 충분히 고지해 주고, 불법만 철저히 단속하면 될 일이지,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안타까운건 이같은 금융투자업의 현실을 대변할 업계 출신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찬밥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이유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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