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ㆍ브라운 잡는다" 오태준 조아스전자 대표의 야망
'제3세대 드럼방식' 절삭력 강화···피부보호력 높이고 진동소음 최소화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명품은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생을 걸고 만들어야 탄생합니다."
7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조아스전자 본사에서 만난 오태준 대표(57ㆍ사진)는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전기면도기 신제품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오 대표는 "이번에 선보일 신제품은 전기면도기 역사와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조아스 브랜드의 글로벌화 전략이 한 단계 이상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제3세대 조아스 '드럼방식' 출시= 현재 전기면도기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제품 형태로 나눠진다. 칼날이 원을 그리면서 털을 깎는 '필립스 방식'과 좌ㆍ우로 움직이는 '브라운 방식'이다.
이렇게 양분된 전기면도기 시장에 오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칼날이 원통형으로 회전하는 제3세대 '조아스 드럼방식'이다. 오 대표는 "30년 동안 면도기를 개발하면서 쌓인 기술과 노하우로 고안한 획기적인 면도 방식"이라며 "절삭력과 피부보호력은 높이고 진동소음은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에 산 역사로 통한다. 1974년부터 국산 면도기 개발에 뛰어든 오 대표는 2년 만에 칼날과 망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한국산 면도기는 남대문 시장 등에서 값비싼 수입산 제품을 제치고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전문유통업체가 의뢰한 면도기를 개발하는 기술자 역할만 했던 오 대표는 20대 후반에 창업을 결심하고 1980년 경기도 구리시 도농리에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사명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성진공업사로 지었다. 조아스전자의 전신으로 같은해 4월 전기면도기 1200개가 첫 출고됐다. 이후 매달 5000개씩 추가로 생산할 만큼 주문량이 늘어났다. 1986년 공장이 불에 모두 타버리는 위기도 겪었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12년 후 경기도 남양주 8264.5㎡ 규모의 부지에 사무실과 공장을 새로 지어 확장했다. 사명도 조아스전자로 바꿨다.
조아스전자는 2001년 중국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자체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으로 국내외에서 한 해 480억원 정도까지 매출을 올렸다. 면도기는 물론 이발기, 드라이기, 고대기 등 이미용 제품군도 확대했다.
하지만 위기가 또 왔다. 잘나가던 중국 현지공장이 우여곡절 끝에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또 전기면도기 역사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모아둔 40박스 분량의 자료들도 직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쓰레기가 돼 소각되는 아픔도 겪었다.
◆ 위기딛고 재도전, 희망찬 새출발= 오 대표는 2009년 초 중국 공장을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생산공장까지 타격을 입어 연간 매출이 약 1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위기였고 인생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시기였다"며 "하지만 노력하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올해를 조아스전자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생각한다. 신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개척 등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징조도 좋다. 이달 중순부터 전국의 약 2000여개의 군 PX에 전기면도기를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오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아스(JOAS)'라는 브랜드가 필립스와 브라운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세계적인 명품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기면도기 브랜드들에 맞서 30년 이상을 외롭게 경쟁한 강소기업인의 도전정신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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