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해제 가능 1순위 꼽혔던 한남1구역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추진위 설립에)동의한 사람이 51%다. 구역해제하려면 이 사람들 중 절반이 반대해야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계속 추진하겠다.”(송덕화 한남1구역 주택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장)
“추진위나 조합을 설립한 사람 중 50%가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구역해제를 원해도 그동안 쏟아부은 돈은 돌려받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반대하고 싶어도 못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한남동 일대 J공인 대표)
뉴타운 해제 1순위로 거론된 한남뉴타운1구역이 혼란을 겪고 있다.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해 속도를 내고 있는 2·3·5구역과 달리 1구역은 반대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간 이견이 심하다. 지난 19일 서울시가 입법예고한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으로 혼란은 더해졌다. 구역해제에 대한 길을 열어줬지만 매몰비용 등 수습방안이 부족한 이유에서다.
22일 한남1구역 주택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남1구역 개발사업 설명회가 진행됐다. 정관에 대한 심의와 도시계획업체 선정 그리고 예상 감정평가액 및 추가분담금 등을 담은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송 위원장은 “다른 구역에 비해 주민동의율이 낮지만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크라운호텔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반대지역을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업으로 굳이 주민들끼리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이 상가 및 신축빌라 주인들로 구성된 반대측 주민들은 실태조사를 요청해 추진위 해산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매달 벌어들이던 임대수익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는 차민창(58·가명)씨는 “모두 뒤집는 것보다 일부 개보수를 통해 주거지를 바꾸는게 더 효과적”이라며 “게다가 상가 주인들이나 원룸 주인들은 개발에 동의하면 고작 아파트 한 채 받는게 고작인데 매달 받는 수백만원의 수익을 포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분리개발 자체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분리개발로 이 일대가 공사장으로 변할 경우 임대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임대료 역시 조정해야하는 이유에서다.
현재 추진위가 파악하고 있는 조합원은 150여개 상가 주인 등 총 조합원의 20% 규모다. 개발에 동의했던 50%를 제외하면 나머지 30%가 아직 의사를 결정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추진위와 반대측 사람들은 이 30%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우선 추진위는 분리개발에 대한 용산구와 서울시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송 위원장은 “그동안 한남뉴타운에 포함되지 않던 유엔사 부지 일대와 용산구청 일대의 반대가 심한 만큼 이곳을 제외한 정비구역지정계획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당초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총 조합원 769명 중 추진위에 386명이 포함돼 있다”며 “구역해제를 위한 50% 기준에 맞추려면 이중 190여명이 마음을 바꿔야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진위의 뜻대로 분리개발이 이뤄지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전체적인 도시계획이 틀어져 기형적 도시구조가 나올 수 있다는게 용산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반대측 주민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여의치않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추진위 소속 조합원 절반이 마음을 바꾸더라도 (매몰)비용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상황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의견이 돌아서도 대안은 없다”며 “찬성이나 반대, 어느쪽도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거래가 끊긴 것은 물론 지분값도 주저앉고 있다. 지분값은 3.3㎡당 4000만~5000만원에서 3000만~4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임대수요도 예년만 못하다는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분석이다.
K공인 대표는 “서울시가 구역해제를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반대측 주민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더라도 찬성과 반대측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곳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남2·3·5구역은 현재 70%가 훌쩍 넘는 동의율로 조합설립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4구역은 1구역과 같이 일부 주민들의 반대의사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설립 동의율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데다 신동아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의지가 여전한 이유에서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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