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에 '8000억 뺏길라' 촉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충청권의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일면서 시중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충청권에 새로 은행이 설립될 경우 이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는 것은 물론 세종시 금고 유치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은행 설립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기존에 구축된 시중은행 영업망 등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전시와 충남ㆍ북 등 3개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충청지역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정치권에 전달해서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시중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세종시 금고 유치에 차질이 생길지 여부다. 농협ㆍ신한ㆍ우리ㆍ국민ㆍ하나 등 시중은행은 그동안 세종시 출범에 앞서 일제히 영업점을 오픈하며 세종시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설립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금고 유치는 결국 지자체 장의 의중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지역민의 민심이 가장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라도 새로 설립되는 충청권 지방은행이 이 지역 금고 유치는 물론 지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신설되면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시장에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은 세종시 금고 유치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설립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충청ㆍ충북은행 등 이 지역의 두 개 은행이 4대 은행 두 곳으로 각각 흡수되면서 기존의 고객 및 영업망 등을 그대로 계승, 발전시켜 온 상황에서 새로운 지방은행이 생긴다고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두 은행이 각각 하나은행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으로 합병된 탓이다.
또 지방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이 새로 출범한 만큼 지방은행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충청권에서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해 현재 총 149개(시군지부 27개, 지점 66개, 출장소 56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총 87개(지점 80개, 출장소 7개), 신한은행은 총 74개(지점 60개, 출장소 14개)에 이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들의 네트워크가 폭넓게 갖춰진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이 생긴다고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지방은행의 한계를 감안한 은행 신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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