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서울의 한 병원은 제약회사에게 약을 납품 받고선 '경영이 안 좋다'는 이유를 대며 1년7개월 후에야 약값을 줬다. 또 다른 유명 대형병원은 이런 방식으로 2010년에만 23억원에 달하는 부당 금융이익을 챙겼다.
의료기관이 제약회사를 상대로 '외상'을 강요하는 악습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약값 결제를 미루는 것도 일종의 '리베이트'로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의약품 대금 결제 지연 행위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13일 밝혔다.
의료기관은 제약회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약을 받아 입원 환자에게 사용한다. 약이 소비되면 건강보험공단에 약값을 청구하고 보험급여비를 지급받는다. 약이 의료기관에 들어온 후 보험급여비가 지급될 때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50∼60일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약회사에는 대금을 치르지 않는 게 다반사다. 의약품 입고에서 대금 결제까지 걸리는 기간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데, 570일이나 걸리는 사례도 복지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거래처를 바꿀까 걱정하는 제약회사의 약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의료기관이 챙긴 부당 이익은 연 6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복지부는 공정거래법 적용과는 별개로 약사법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경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대금결제 기간을 아예 약사법에 명시하는 방법부터 직불제까지 다양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불제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약값(보험급여비)을 지급하지 않고 바로 제약사로 송금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병원이 이자혜택을 보는 것도 일종의 리베이트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직불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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