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북한이 기어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들은 인공위성이라지만 우리 정부와 주변국들은 미사일이라고 확신한다. 광명성 3호로 명명된 이 미사일(인공위성?) 발사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 국내 증시는 영향을 받았다. 지수는 유럽위기 등과 맞물려 조정을 받았고, 방산주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춤을 췄다. 대북 송전주 등 남북경협주들은 시쳇말로 죽을 쒔다.
이같은 흐름은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오전 7시30분께까지만 해도 그대로 유지되는 듯 했다. 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북핵 리스크가 최대한 불거질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장도 하기 전 사태는 이상한 쪽으로 꼬였다. 8시30분께 북한 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발,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에 개장 후 그간 잘 나가던 방산주들은 바로 곤두박질쳤다. 빅텍과 스페코는 장 초반 하한가로 떨어졌으며 휴니드와 퍼스텍은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간 북한 미사일 리스크에 의지해 오른 주가를 상당부분 반납했다. 대신 대북송전주를 비롯한 남북경협주들이 신났다. 장 초반부터 이화전기 제룡전기 광명전기가 7~8%대 급등세로 달렸다. 북한에 공장이 있는 좋은사람들은 한때 상한가까지 가기도 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로만손도 5%내외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 실패로 북한 리스크가 사라졌으니 리스크를 등에 업고 올랐던 방산주는 내리고, 리스크로 인해 조정을 받았던 경협주는 오르는 셈이다. 황당한 일이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고 우리도 미사일 경쟁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한국은 미사일 사거리에 대해 미국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미국의 동의를 얻어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방산주들이 얻을 수혜는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남북경협주의 반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를 의식해 미사일 발사를 취소했다면 오를 이유는 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취소가 아니라 실패다. 강경한 북측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시점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이런 황당한 논리에 움직이는게 현재 코스닥의 테마주 시장이다. 방산주나 남북경협주 역시 유력 정치인과 실낱처럼 이어진 인연을 매개로 정치테마주에 합류해 움직이는 정치테마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런 테마주 시장에서 돈을 벌 수도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니 방산주에 배팅하고, 새누리당이 이겼다니 박근혜 테마주를 사서 수익을 낸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없다는데 있다. 미사일 발사 실패와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주식보유자들이 주가가 오를수록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어 종국에는 폭탄돌리기 식의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미사일이고, 폭탄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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