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구입 의사가 있어서 참가했어요. 3D 자체는 잘 모르겠고 안경이 더 다양하고 편해서 LG전자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김미정씨·34)
"안경만 봐도 회사를 판단 할 수 있어서 블라인드 테스트라고 하기는 무린 것 같은데요. 입체감이 삼성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봐서 큰 차이는 못 느끼겠어요."(대학생 박모씨)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로비에서 삼성과 LG의 이색 3D 대결이 펼쳐졌다. 한국 갤럽이 5일부터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3DTV 대국민 비교 테스트'다. 조사는 3D를 TV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LG전자가 갤럽에 의뢰했다. 스마트 중심의 삼성전자에 대한 도발인 셈이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선호도는 갈렸지만 높은 참여율이 3D 자체의 흥행을 알렸다. 다만 행사를 LG전자에서 의뢰하다보니 LG전자 측에 다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TV는 화면을 빼고는 모두 가려져 있는 상태라 체험자는 TV만 봐서는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연히 모양이 다른 안경을 통해 제조 회사 식별이 가능했다.
테스트에서는 LG전자에 대한 호평이 다소 우세했다. LG전자 제품은 평소 강조하고 있는 대로 안경과 부드러운 3D 화면이 편안한 느낌을 줬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LG전자 대비 입체감과 화질이 더 낫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화면 깜박임이 있어 시청감은 다소 떨어졌다.
깜박임의 원인은 TV 화면 바로위에 붙어있는 조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3D인 셔터글라스(SG)는 안경과 TV가 신호를 주고받아 좌우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현돼 미세한 깜박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TV 바로 위에 형광등으로 추정되는 조명 설치된 탓에 TV 자체 회로에 간섭을 일으켜 깜박임이 과장되게 나타난 것이다. 바로 이어서 대형 양판점에 방문해 동일한 모델을 각각 다시 시연한 결과 깜빡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설문에 깜박임을 가지고 평가하는 항목이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항목도 안경의 편안함과 밝기 등 LG전자가 그동안 우위를 주장했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안경의 경우 LG전자 제품이 3종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1종 뿐이었다. 밝기는 TV 내에서 사용자가 설정이 가능하고 2D 환경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더 밝게 느껴져 굳이 설문에 포함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대행사 관계자는 "양사의 최상위 모델을 각 매장에서 구입해 동일한 환경과 콘텐츠를 통해 시연한 만큼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TV 화면 위에 조명을 부착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갤럽은 설문 항목의 판단 기준에 대한 질문에 "조사 종료 전까지는 답변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3D 자체에 대한 우위 판단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50)는 "비슷한 것 같았는데 설문에 답변을 하다 보니 LG전자가 더 낫다는 식으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동일한 방식으로 오는 11일까지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부산 벡스코, 코엑스, 대전역사, 부평역, 광주유스퀘어, 대구롯데백화점 등 10여 곳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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