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적은 연봉으로 주가 연평균 30%씩 끌어올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주주들이라면 많은 돈을 챙기지 않으면서 자사 주가는 크게 끌어올리는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바람직하게 보일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구든 가장 이상적인 CEO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렸다. 애플을 시가총액 1위로 끌어올린 잡스의 연봉은 1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잡스가 사라진 지금 주주들이 가장 바라는 CEO는 과연 누구일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4일(현지시간) 가장 효율성 높은 CEO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선정했다.
포브스는 네 요소를 고려해 CEO의 효율성에 대해 평가했다. 첫째 업계 평균 대비 지난 6년간 주가실적(배당금 포함), 둘째 CEO 재직 기간 중 주가실적, 셋째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대비 주가실적, 넷째 지난 6년 동안 받은 총 보수다. 총 보수에는 스톡옵션 행사로 벌어들인 현금도 포함된다.
포브스는 상장된 지 최소 6년이 지난 기업에서 6년 이상 CEO 자리에 앉은 206개 기업 총수 가운데 최고·최악의 인물을 선정했다. 지난 6년 동안 이들 206명은 평균 910만달러(약 102억6000만원)를 챙겼다. 같은 기간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주가는 연평균 6% 올랐다. CEO 206명의 재임 기간 중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12%로 집계됐다.
가장 효율성이 높은 CEO로 선정된 베조스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40만달러를 벌었다. 이 가운데 그의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1998년 이래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그의 연봉은 8만1840달러에 불과하다. 아마존이 지난 6년간 지급한 비용의 대부분은 베조스에게 출장 관련 비용과 그의 신변 보호 등을 위해 지출한 것이었다.
베조스는 적은 연봉에도 지난 6년 동안 아마존 주주들에게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1997년 5월 아마존 상장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36%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연평균 5% 오른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베조스 다음으로 효율성이 좋은 CEO는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다. 세일즈포스닷컴이 지난 6년간 그에게 지불한 돈은 연평균 50만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일즈포스닷컴의 주가는 연평균 25% 올랐다.
그 다음이 달러 트리에서 18년째 CEO로 재임하면서 주가를 연평균 21% 끌어올린 보브 사세르다. 달러 트리는 1달러 이하짜리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잡화점 체인이다.
반대로 효율성이 가장 떨어지는 최악의 CEO는 시리우스 XM 라디오의 멜 카마진이다. 그는 지난 6년간 연평균 620만달러를 챙겨갔지만 시리우스 주가는 연평균 11% 하락했다.
2004년 11월 CEO에 취임한 후 카마진이 챙긴 돈은 3700만달러가 넘지만 그가 CEO로 있었던 지난 7년 동안 시리우스 주가는 연평균 7% 떨어졌다. 그의 취임 직후 9달러를 기록했던 시리우스 주가는 현재 2달러대에 불과하다. 그는 다음 달 스톡옵션을 행사해 무려 1억2500만달러나 챙길 예정이다.
보험회사 젠워스 파이낸셜의 마이클 프레이저도 최악의 CEO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젠워스의 주가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9% 하락했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050만달러를 받아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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