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은법에 따라서 한다는데 응해줘야죠. 금통위가 판단했다는데..."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공동검사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금융감독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2009년 금융기관 검사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통해 공동검사가 진행되어 왔고, 지난해 12월 한은법 개정을 통해 공동조사 요구권이 법에 명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 금감원 측에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를 순순하게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드러내놓고 따질 수는 없지만, 요청 시기의 적정성 등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배어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금융권 가계부채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공동검사 카드를 꺼내야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가계부문 금융부채가 전년 보다 87조원 가량 늘어났지만, 금융자산은 115조 5000억원이 늘어나 재무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지난 1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639조3000억원으로 전월 보다 3조 4000억원 감소했다. 월별 감소 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 현황을 하루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진정 국면으로 새로운 이슈는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 혼란으로 이어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중 검사를 받아야하는 금융업체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해 공동검사를 받았다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만 '공동'일 뿐 실제로는 사무실을 따로 쓰고, 서류도 한은과 금감원이 따로 받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장에 선제대응 하겠다는 한은의 의도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정권에 접어드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본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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