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논쟁 해외에서는…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란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삼성전자 스마트TV‘ 차단’이라는 강수를 둔 KT 조치로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미 카카오톡이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등 ‘망’을 통한 외부 서비스들 모두 타깃이 됐다. 방통위가 나서 올해 초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부 시행안 마련을 위한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를 꾸렸지만, 여전히 갈길은 먼 상태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부착된 단말기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중립적 운용을 통해 소비자와 콘텐츠 제공업체(CP) 등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개념이다.(KISDI) “이용자 권리”라는 3PP(3rd party player) 주장에 대해 이통사는 “무임승차”라며 반발하는 구도다.
망중립성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다는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여전히 mVoIP 차단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관련 논의가 이뤄져 왔으며,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도 망중립성 논의가 활발한 상태다. ‘망 투자비 보전’에 대한 입장 차이는 미국 등 이들 국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망중립성 논의의 시발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망중립성 논의는 2005년을 전후해 이미 시작됐으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그 논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FCC가 인터넷망 전송을 ‘통신서비스’가 아니라 ‘정보 서비스’로 새롭게 분류를 변경한 것이 망중립성 논란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통사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콘텐츠 사업자(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되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CP들이 반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인터넷 기술 혁신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사들 역시 투자가 이뤄진 망에 CP들이 무임승차하는 행위라며 망중립성 규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010년 4월 FCC 대 콤캐스트(ComCast)의 망중립성 관련 소송에서 FCC가 패소하면서 망 중립성 논쟁은 더욱 가속화됐다. 2007년 당시 미 최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이자 두번째 큰 규모의 콤캐스트가 파일 공유 사이트 ‘비트토런트(BitTorrent)’의 파일 업로드를 제한하자 FCC는 망중립성 위반 행위라며 2008년 시정명령을 내렸다.
미 법원은 그러나 2010년 “부당하다”며 콤캐스트 손을 들어줬다. FCC 패소는 인터넷 사업자의 망관리 행위가 정부의 규제 관할이 아니라는 사실에 근거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FCC는 2010년 5월 초고속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전송 요소를 통신서비스로 재분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2010년 12월 FCC가 유무선 망중립 원칙을 담아 발표한 ‘오픈 인터넷 규칙(Report and Order)’은 주지하다시피 망중립성 찬성-반대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모바일 인터넷 분야가 망중립성 논의에서 배제된 것은 특히 망중립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는 또 미 의회에서 망중립성을 반대하는 공화당과 찬성하는 민주당 간 정치대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픈인터넷 규칙은 ▲투명성: 네트워크 및 트래픽 운용과 관련된 정보 공개 등의 내용, 유무선 인터넷에 공통적으로 적용 ▲차단금지: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단말 등의 네트워크 접근 보장과 관련, 무선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한 원칙을 적용 ▲불합리한 차별 금지: 트래픽 전송에 있어서의 차별적 행위와 관련, 유선인터넷에만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MWC 2012’ 기간, 미 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CP나 모바일 앱 업체에 망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모바일 망중립성 이슈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바 있다. 반면, 유럽은 망중립성 추가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방통위 설명이다. 도매시장이 활성화돼 초고속인터넷시장 경쟁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유럽연합(EU)의 통신규제 지침에 망중립성의 안전장치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법제화 보다는 가이드 라인이나 선언적인 정책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영국에서도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미 FCC에 이어 지난해 11월 24일 망중립성에 대한 최종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으로 미국과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논란이 됐던 ▲트래픽 관리 ▲트래픽 우선제공 시 CP에 추가 대가 부과 ▲mVoIP 차단 등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게 오프콤 입장이다.
프랑스는 2010년 10월 통신우편규제위원회(ARCEP)가 정책제안 형태로 트래픽 차단·차별 금지, 관리형서비스 허용 등 망 중립성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이용자 선택권 및 품질 보장, 비차별적 데이터 전송,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투명성 등 10가지 항목을 담고 있다.
네덜란드의 망중립성 논쟁은 최대 이통사인 KPN이 지난해 4월 mVoIP, 인스턴트 메시지(IM), 유튜브 등 스트리밍 동영상 접속 시 추가요금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같은 해 6월 22일 ISP의 서비스 차단 및 차등요금 부과금지를 뼈대로 하는 통신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원칙적으로 서비스나 앱 차단을 금지하며, 서비스·앱에 따라서 인터넷접속서비스에 대한 차등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월 현재 상원 계류 중으로, mVoIP 차단 금지와 관련, 통신사들이 요금 인상으로 대응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는 2009년 2월 규제기관인 우편통신청(NPT)이 ISP, 3PP·소비자단체 등과 공동으로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트래픽 차단·차별 금지, 합리적 트래픽 관리 3가지 원칙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 형태의 망중립성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단, 트래픽 차단·차별 금지 조항은 불법적이거나 망에 위해를 끼치는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불법적인 P2P 파일 공유, 아동 보호를 위한 성인 사이트의 트래픽 차단 등이 그것이다.
싱가포르의 통신규제기관인 정보통신개발청(IDA)은 ‘10년 11월 망중립성과 관련한 정책자문 절차를 시작했으며, ‘11년 6월 합법적인 인터넷 콘텐츠 차단·차별 금지, 관리형(niche) 서비스 허용, 정보 투명성 등 망중립성 기본 원칙을 담은 결정문을 발표했다. IDA는 향후 1년~1년 6개월간 서비스 품질 요건, 정보 투명성 요건 강화 등을 검토하고 해외사례 및 시장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칠레는 2010년 7월 15일, 망중립성 법안(Bill 4915)을 의결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ISP의 망중립성 관련 의무를 입법화한 국가가 됐다. 관련 논의는 ‘07년 3월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8월에는 통신법 개정을 통해 ISP에게 포괄적인 차단 및 차별금지 의무를 부과했다. 합법적인 범위 내 ISP의 트래픽 관리 및 망 관리는 허용했으며, 이용자 요청 시 특정 콘텐츠·앱·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