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1만4500원짜리 389만주
주가보다 높아 권리행사 땐 손해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외환은행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딜레마에 빠졌다.
외환은행은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성과보상체계로 스톡옵션을 도입했던 곳. 최근 하나금융으로 인수되면서 이 제도가 폐지됐지만 지난해까지 임원들에게 지급해 아직 행사하지 않은 채 남은 스톡옵션이 수백만주에 달해 관심이 크다.
그러나 현재 주가(13일 종가 기준 8410원)가 행사가격(29일 기준 1만4500원)보다 낮아 성과급으로 받은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외환은행 임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총 652만5000주이다. 이 가운데 181만6060주가 취소됐다. 따라서 아직 행사하지 않고 남아 있는 스톡옵션은 445만125주에 달한다.
이달 8일이 올 들어 첫 번째 행사 종료일이었으나 당시 종가는 8230원으로 행사가격인 1만3900원보다 낮아 55만7800주가 행사되지 않고 취소됐다. 아직 남아 있는 스톡옵션은 389만2325주로 전일 종가를 감안하면 327억3445만3250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스톡옵션에 따라 행사 기한이 2018년까지인 것도 있어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를 감안해 남아 있는 행사가격 중 최고가인 1만4500원을 대입하면 총액이 564억3871만2500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장 오는 29일로 보름여를 남겨 둔 종료일의 행사가격(1만4500원)도 현 주가보다 높아 이변이 없는 한 취소될 공산이 크다. 대상자는 외환은행의 상임이사이자 부행장인 장명기 대기업사업그룹장과 리차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
장 부행장은 지난 2007년 3월 29일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스톡옵션 17만주를 받아 이 가운데 7만2590주가 취소됐고 현재 9만7410주를 갖고 있다. 웨커 전 행장도 같은 시기에 30만주를 받았으며 현재 19만2200주가 남아 있다.
특히 장 부행장의 경우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직에서 퇴임했다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인수된 후 다시 복귀해 맞는 첫 행사일이지만 낮은 주가 때문에 스톡옵션을 반납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인수된 외환은행은 그동안 임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해 '돈잔치'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스톡옵션제를 폐지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까지 임원 27명에게 68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는 전일 열린 외환은행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됐다. 행사가격은 9100원으로 61억8800만원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은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외환은행의 스톡옵션제를 폐지하고 앞으로 하나금융의 장기성과보상제도에 따라 스톡그랜트(stock grantㆍ성과연동주식), 성과급 등으로 성과 보상을 주는 방안을 의결했다.
한편, 이후 남아 있는 스톡옵션도 관심사다. 행사기간이 2018년까지로 5년 후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흡수 통합돼 상장 폐지될 경우 이를 어떻게 재평가해야 하는 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업 간의 흡수 합병 시에는 인수기업에서 주식 교환이나 유상증자 등의 방식을 통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직 이에 대한 보상체계가 현재 마련돼 있진 않지만 스톡옵션의 경우에도 주식을 매수하거나 교환을 통해 보상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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