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참담한 현장 기록과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답은 없었다. 두루 통하는 위기 인식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난해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 현장과 그 이후의 상황을 담은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과 '일본의 눈물'의 이야기다. 한겨레신문사와 한국방송의 도쿄 특파원이 쓴 이 책들은 3.11 대지진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지진'이 아니라 '방사능'과 '원전'에 관한 고뇌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대지진, 그리고 방사능 공포는 여전하다'는 경고만이 있었다. 그 경고로도 충분했다. 방사능과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기에 말이다.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은 '일본의 눈물'보다 감정에 더 많이 호소한다. 객관적인 자료나 사실 관계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서술 방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났을 때 많은 이가 이제 원전의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관성은 무섭고 인간은 망각에 뛰어나다. 나는 그 관성과 망각에 작은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었다'라는 대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이 또 하나 다른 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가 아닌 민간회사인 도쿄전력이 원전 산업을 주도한 게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정계와 학계, 언론과 한통속이 돼 일본을 '원전 사회'로 만들었다. 사고의 출발은 거기서부터였다.
'일본의 눈물'은 현장 취재 과정에 초점을 뒀다. 맨 첫 장의 제목이 'NHK 긴급 지진 속보입니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11 대지진 사건 발생 직전부터 그 뒤 몇 개월 후까지, 어떻게 취재를 했고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가 자세히 적혀 있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학자들의 목소리가 주요 내용이다.
형식도 다르고, 안에 담은 내용도 다르지만 이들이 1년 전 일본 대지진의 현장을 되짚어가며 하려는 말은 분명하다. 원전과 방사능을 '사회 문제'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규모 9.0의 대지진보다 무서운 것은 20m가 넘는 초대형 쓰나미였고, 그보다 무서운 것은 방사능 공포였다' '아직도 지진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2011년 6월8일자 사설에 향후 탈원전 이륙에 성공하면 독일은 21세기의 새로운 문명과 생활의 롤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는 이들 저자의 글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 원전 문제라는 '공'은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정남구 지음/ 시대의 창/ 1만6500원
일본의 눈물/ 김대홍 지음/ 올림/ 1만4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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