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금융당국이 '상한가 굳히기'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시세차익을 챙긴 세력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신종 주가조작 수법 '상한가 굳히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한가 굳히기가 전업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한가 따라잡기'와 유사해 법적 처벌 가능성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임시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31개 테마주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7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 및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2건은 여러 종목의 테마주를 넘나들며 주가를 조작한 혐의고, 1건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정거래 혐의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2건의 시세조종에 모두 사용된 '상한가 굳히기'다. 상한가 굳히기란 상한가에 가깝거나 상한가인 테마주에 매도주문의 2~20배에 달하는 대규모 매수주문을 '상한가'로 제출해 강한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말한다. 혐의자들은 이렇게 압도적인 미체결 매수주문을 장종료시까지 유지해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해 다음날 주가가 오르면 물량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번에 120억~130억원 규모의 매수주문을 제출해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시세조종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시장교란행위를 하고,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해 피해를 유발했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는 것. 이번에 적발된 전업투자자의 계좌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176조는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시세조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증권사출신 전업투자자 A씨는 지난 1월3일 10시55분경 EG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한가에 매도잔량의 2.5매에 달하는 4만주(30억원 규모)의 매수주문을 제출했다. 이를 통해 매도물량을 모두 매수한 후에도 상한가를 유지시킨 것. A씨는 이후에도 매수세가 강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장 종료 전까지 7회에 걸쳐 4만4500주의 상한가 매수주문을 추가로 제출했다.
A씨는 이렇게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한 후 4일 EG의 개장 시가가 전일대비 3.9% 상승한 8만원 선에서 형성되자 본인의 매수물량을 전량 매도해 하루만에 1억2000만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법이 주식투자 기법으로 알려진 '상한가 따라잡기'와 유사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전업투자자는 "상한가 따라잡기도 매수잔량을 쌓아 투자자를 유인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상한가 굳히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한가 따라잡기는 다음날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위험요인)를 감안한 일종의 투자기법"이라며 "유인행위가 문제가 된다면 이 기법을 소개한 주식투자 전문서적도 다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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