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10 라디오] 소울플라이, 악마의 선물

시계아이콘00분 52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신이 주신 선물. 마리아 칼라스, 조수미,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세계적 성악가들의 목소리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노래에 있어 타고난 재능이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무언가를 재능으로 판단하는 건 미와 추에 대한 우리의 구분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미성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서, 어쩌면 추의 영역에서도 재능은 피어납니다. 막스 카발레라, 브라질 출신의 이 청년이 80년대 중반 세풀투라라는 이름의 밴드와 함께 등장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인간의 목소리가 메탈 기타 사운드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같은 기타 히어로들이 록의 역사를 몇 십 년씩 앞당겼다고 하지만 막스 카발레라의 등장은 적어도 스래시 메탈의 역사를 몇 년은 앞당겼다 할 수 있었죠.


그가 90년대 중반 세풀투라를 떠난 뒤 만든 소울플라이의 2012년 신곡 ‘World Scum’은,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이롭습니다. 그의 창법을 흉내 내는 포스트 카발레라들이 하드코어와 스래시 메탈을 지배하는 중에도, 노장이 된 이 브라질 야수는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유일무이한 야성을 토해냅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베이스드럼 사운드도, 역시 빠른 속도로 긁어대는 기타 리프도, 결국에는 야수에게 잡아먹힙니다. 곡 말미 기타의 클린 톤이 남기는 긴장감 있는 여운이 마치 포식을 즐긴 뒤 여전히 허기진 표정을 짓는 야수의 테마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물론 그럼에도 이 목소리에 신의 선물이라는 수사는 어울리지 않아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악마와의 계약이라 한들. 추악함이란 아직 우리가 그 매력을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가 보여줬으니까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위당숙 기자 eigh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