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불가피하다."(복지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 된다."(제약사)
약가인하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의 갈등이 마침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됐다.
7일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이날 협회 이사장사(社)인 일성신약은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이어 순차적으로 제약업체 수십 곳이 보건복지부 상대의 소송에 참여할 예정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소송을 바로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알려온 업체만 현재 80여곳"이라며 "최종적으로 몇 곳이 참여할 지는 불확실하지만 최소 100곳은 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체들은 복지부의 일괄 약가인하 방안으로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234개 제약사의 6505개 약값을 4월 1일부터 평균 21%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해 지난 2일 고시했다. 이로 인한 제약업계의 매출 감소분은 전체 시장의 10%에 달하는 연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윤석근 제약협회 이사장은 "이대로라면 정부가 언제든 필요에 의해 약가를 통제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미래 사업환경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며 "국내 제약산업이 망하면 결국 다국적기업들에게 시장을 내줘 국민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제약사들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본안소송이 나올 때까지 약가인하 조치는 보류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추계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올 해만 약 1조원 가량의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는 소송 제기 후 약 2주 후 쯤 나온다.
하지만 복지부와 제약업계 모두 '승소'를 장담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류양지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약가인하의 정당성을 입증할 논리를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약가인하 처분을 통보받은 제약사 모두가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상대 소송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업체들과 피해액이 크지 않은 곳은 소송전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상위 10대 제약사 3∼4곳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시간을 끌다 발을 빼는 방향으로 내부 지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피해액, 소송비용, 정부와의 관계 및 지원책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후 소송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 약가인하 대상 품목수(단위 : 개)
한미약품 188
신풍제약 156
종근당 133
일동제약 122
한림제약 118
유나이티드제약 108
유한양행 102
보령제약 101
명문제약 99
CJ제일제당99
동아제약 90
JW중외제약90
대웅제약 87
하나제약 86
유니메드제약81
이연제약 81
한올바이오파마79
국제약품 75
삼천당제약72
대원제약 70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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