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방안을 다시 들고나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폐지하고 직불ㆍ체크카드의 소득공제만 유지하자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해 폐지하려다 시민단체와 근로자의 반발로 2014년까지 연장됐다.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고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9월 도입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그동안 일몰 기한을 다섯 차례 연장했다.
조세연구원은 어제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2000~2010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72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맹점 수수료 52조6500억원, 소득세 환급 등 조세지출 비용 19조1925억원, 2000~2005년 시행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당첨금 804억원을 합친 것이다. 연구원은 이 기간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를 대체했다면 29조6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체크카드 수수료(1.0~1.7%)가 신용카드(1.5~4.5%)보다 낮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 집중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근로소득 1000만원 미만 근로자의 세금이 평균 6898원 감면된 데 비해 8000만원 초과 근로자는 42만1070원의 세금이 줄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우리 사회의 결제 시스템을 바꾼 일등 공신이다. 카드 결제가 민간 결제의 57%를 차지함으로써 과표 양성화와 세수 증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외상 거래에 따른 과소비와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높은 가맹점 수수료는 직ㆍ간접적으로 가격에 전가됐다. 이에 거래비용과 부작용이 적고 예금잔액 범위에서 쓸 수 있는 직불ㆍ체크카드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카드 정책의 방향을 틀 시점이 되었다. 징세편의와 세수증대 차원에서 권장해 온 신용카드 대신 사회적 비용이 적은 직불ㆍ체크카드로 바꾸는 게 옳은 방향이다. 그렇다고 일시에 신용카드 공제 혜택을 폐지하면 통장에 현금을 넣어둘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은 더 힘들어진다. 단계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면서 직불ㆍ체크카드의 공제 혜택을 늘리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가계와 기업이 적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직불형 카드 이용을 솔선수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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