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 장병들이 내년부터 신형 방탄복을 지급받는다. 북한군의 주력화기인 AK74소총과 88식보총의 총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있다. 이로 인해 주요 급소와 어깨 부위도 보호할 수 있어 생존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경비구역(JSA)대대와 최전방 일반전초(GOP)부대, 특수전사령부 및 특공부대, 대테러부대 등에 소속된 장병들에게 한 개씩 지급한다. 시제품은 올해 상반기 안에 공개된다. 신형 방탄복은 ‘찍찍이’인 밸크로 방식을 적용해 손쉽게 입고 벗을 수 있으며, 전투배낭 등 각종 장비도 부착할 수 있다. 무게는 방탄판(2.5㎏)을 포함해 6㎏가량이다.
전장에서 군장병들의 생존력을 높여 주고자하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방탄복의 원조는 갑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초의 갑옷은 오늘날 이라크에 해당하는 고대 수메르(Sumer)에서 시작된다. 기원전 2525년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수메르의 에안나툼(Eannatum)왕이 세운 일명 독수리비문에는 병사달의 장비가 묘사되어 있다. 수메르의 보병들은 작은 금속 못으로 장식한 길고 두터운 가죽망통인 튜닉을 입고 머리에서는 가죽에 걸맞게 구리로 만든 투구를 썼다. 이것이 세계최초 갑옷이다.
중국에서 최초로 만든 갑옷은 9세기경 닥종이를 열다섯겹 붙여 만든 옷이다. 화살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갑옷은 화살을 빗나가게 해주었다.
14세기 사슬갑옷은 무게가 상당했다. 170여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져 제작기간만 넉달이 걸렸다. 15세기에도 변한건 없다. 당시 갑옷 한벌의 무게는 약 27~32kg이었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보병이 휴대한 50킬로그램의 군장 혹은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해군이 휴대한 55kg의 군장과 비교된다.
최초의 방탄복을 만든 것은 미국 듀폰사다. 여직원이었던 스테파니 크월렉이 1971년 처음으로 케블라(Kevlar)로 알려진 섬유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때까지만 해도 케블라 방탄복을 선호하지 않았다. 일부 장교들은 방어용 장비가 군인들의 공격성향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1976년 미국의 병력이 베트남에서 철수한뒤 케블라 헬멧을 생산을 위해 350만달러의 예산을 반영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다. 당시 케블라 헬멧은 개당 92달러면 구입할 수 있었다.
헬멧에 이어 케블라 방탄복이 만들어지면서 관심을 보인 것은 경찰이다. 대부분의 경찰관은 케블라 방탄복을 근무중에 착용했다. 1987년 국제경찰청장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 of Police)는 듀폰사와 협력해 '생존자회'를 결정해 경찰관들이 방탄복을 입도록 격려했다. 케블라 방탄복을 입어 목숨을 건지거나 피해를 입지 않은 경찰관을 표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생존자들이 이 표창을 받았다.
결국 튜폰사의 한 여직원이 많은 사람들을 살린 셈이다. 스테파니 크월렉는 듀폰사에서 40년 근무한후 1986년 은퇴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에는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1997년에는 미국화학협회로부터 퍼킨메달(Perkin Medal)을 수여받기도 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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